부유함과 가난함
부유함과 가난함
  •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 승인 2023.06.29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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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전제 조건은 먹고 입고 사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생활비다.

기본적 생활비를 벌기 위해선 자신이 좋아하고, 잘할 수 있고, 이 세상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일을 통한 경제 활동을 해야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일지라도 그 일을 잘할 수 있는 자질과 능력이 부족하면 직업 선택의 우선순위에서 제외시켜야 한다. 자신이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해도, 이 세상에 악영향을 끼치는 일이라면 직업 선택에 있어서 고려의 대상조차 돼서는 안 된다.

`자신이 좋아하고, 잘할 수 있고, 이 세상에 보탬이 되는가' 하는 세 가지 요소가 황금률의 조화를 이루는 직업을 선택해야 한다. 그래야만 보다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다.

큰 돈을 벌기 위한 욕심에 따라 직업을 선택해서는 안 된다. 행복한 삶의 전제 조건인 기본적인 의식주 등을 해결하는 한편 자신의 재능을 통해 잘할 수 있고 좋아하는 일이 바로 바람직한 직업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고시에 합격한다거나 6년여의 학업 과정 및 전문가 과정 등을 거친 의사라고 해서 타 직종보다 무조건 고액의 연봉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어려운 고시에 합격하고 힘겨운 전문가 과정을 거친 뒤 이 세상을 위한 중요한 일을 담당하는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노력에 대한 대가를 충분히 받고 있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고 물질적 풍요를 누리며 호의호식해야만 다른 사람보다 대우를 받는다고 생각하는 것은 천박한 자본주의 논리에 오염된 구시대적 망상일 뿐이다.

우리 사회가 꼭 필요로 하는 인기 직종이라고 해서, 극소수만이 진입할 수 있는 특수한 직업군이라고 해서 무조건 거액의 연봉을 받고 부를 축재해야만 한다는 논리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

반대로 지공무사한 마음으로 눈앞의 이익에 욕심을 부리지 않고 양심적이고 정의로운 삶을 지향한다고 해서 현실적으로 물질적으로 무조건 가난해야만 한다는 생각도 그릇된 생각이다.

양심과 정의가 살아있는 세상이라면 모두가 다 함께 부족하거나 넘침이 없는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양심과 정의가 죽은 세상이라면 가진 자는 점점 더 부유해지고 가난한 자는 점점 더 가난해짐에 따라 사회 구석구석이 부패하게 됨으로써 다 함께 공멸(共滅)하는 총체적 난국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양심을 지키고 정의로운 세상을 지향한다고 해서 물질적으로 궁핍하다면 시대의 흐름에 뒤떨어진 채 구시대적 아집에 집착하고 있는 어리석은 사람이거나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성실한 삶을 등진 무능한 사람일 뿐 결코 양심에 따른 정의로운 삶을 살아가는 군자일 수는 없다.

이와 반대로 양심과 정의가 죽은 세상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지위에 앉아 물질적 풍요를 누리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면,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고 볼 수 없다. 그 같은 사람은 의(義)를 외면한 채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돈과 권력이라면 무슨 짓이든 서슴없이 하는 소인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공자님은 `邦有道(방유도) 貧且賤焉(빈차천언) 恥也(치야) 邦無道(방무도) 富且貴焉(부차귀언) 恥也(치야)'이란 가르침을 강조하셨다. 나라에 도가 있으면 가난하고 천한 것이 부끄러운 일이고 나라에 도가 없으면 부유하고 귀한 것이 부끄러운 일이라는 의미의 가르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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