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글로벌 바이오 캠퍼스 공모사업 유감
WHO 글로벌 바이오 캠퍼스 공모사업 유감
  • 엄경철 기자
  • 승인 2023.06.29 16: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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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엄경철 선임기자
엄경철 선임기자

 

충북이 오랫동안 공을 들였던 세계보건기구(WHO) 글로벌 바이오 캠퍼스 오송 유치가 무산됐다.

국가프로젝트 공모사업 유치 실패 원인이 무엇인지를 되짚어볼 일이다.

앞으로 있을 국가공모사업에서 만족할만한 결과물을 도출해 내기 위해서라도 실패 원인 분석과 반성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실패의 결정적인 원인이 지역이 아닌 다른 곳에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공모사업 준비과정의 부족한 점을 인식하고 채워나간다 하더라도 외부적 원인 극복에 한계가 있었다면 공모사업 자체를 개선해야 한다.

이번 WHO 글로벌 바이오 캠퍼스 공모사업은 충북의 준비 부족보다 사업평가의 불공정과 불합리성이 탈락의 결정적인 원인이었다.

충북 입장에서는 WHO 글로벌 바이오 캠퍼스 공모사업은 시작부터 불공정했다. 공정하지 못했던 공모사업 평가기준의 문제다. 평가항목 중 정주여건 비중이 45%로 가장 높았다.

비수도권이 수도권과 경쟁에서 이길 수 없는 결정적인 한계점이 정주여건이다. 여기서 점수를 잃게 되면 다른 항목에서 좋은 점수를 받아도 극복하기 어렵다. 절반이 넘는 인구가 거주하고, 대형병원, 연구중심병원, 대기업 본사, 유명대학 등이 몰려있는 수도권과 비교하는 것 자체만으로 비수도권은 경쟁대열에서 멀어지는 것이다.

정주여건 비중이 높은 평가기준이 결정된 순간 비수도권에게는 글로벌 바이오 캠퍼스 공모사업은 해보나마나한 게임이었다.

비수도권이 수도권과의 경쟁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한 평가기준이기 때문이다. 비수도권은 처음부터 들러리였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충북도는 평가기준의 불공정과 불합리성에 대한 개선을 요구했다. 백신 불평등 해소를 위한 WHO 글로벌 바이오 캠퍼스 설립 목적에 반하는 공모사업이라는 점도 부각시켰다.

그러나 비수도권의 공모사업 평가기준 개선 목소리는 묵살됐다. 불공정한 평가기준은 그대로 적용됐고 수도권 두곳이 후보지로 결정됐다. 충북을 비롯한 비수도권은 모두 고배를 마셨다.

2009년 첨단의료복합단지 입지선정 당시에도 정주여건 등이 불리할 수밖에 없는 비수도권이 수도권과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평가기준 마련이 관건이었다. 인구가 밀집하고 우수한 정주여건을 갖춘 수도권에 유리한 평가기준 우려도 있었지만 마지막 승자는 비수도권이었다.

이후 충북은 일부 국가프로젝트 공모사업에서 들러리를 서거나 정치권 개입으로 사업의 유보라는 불이익을 받아야 했다.

80조원의 경제효과를 유발할 것으로 예상되는 첨단의료복합단지와 같은 메머드급 국가프로젝트는 아니었지만 지역에 필요했던 국가사업들이었다.

지역정치권의 관심과 역량 부족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이번 공모사업에서 지역 정치권의 역할은 있었지는 의문이다. 국가사업 유치가 수포로 돌아갈 때마다 지역정치권은 충북의 정치변방이라는 환경을 탓했다. 지역의 이익을 대변하지 못하는 정치권 스스로 무능함을 시인한 것이다.

바이오 글로벌 캠퍼스 공모사업은 또다른 `들러리 충북'의 서막일 수도 있다.

반도체, 이차전지 등 공모사업 발표가 이어진다. 이들 국가사업도 불공정, 불합리한 평가로 지역에 불이익이 되지 않도록 각별이 신경을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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