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오와 청주문화원에 대해
단오와 청주문화원에 대해
  •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 승인 2023.06.21 19: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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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원의 목요편지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단오 날입니다.

설 추석 다음가는 우리나라 3대 명절이었는데 달력 속에서만 존재하는 신화 속 명절이 된지 오래입니다.

50년 전만해도 민초들이 세시풍속과 민속놀이를 하며 풍년을 기원했던 요란한 명절이었는데 그런 때가 있었나싶을 정도로 세태가 급변하여 허울뿐인 명절이 되고 말았습니다.

우리조상들은 모내기를 끝내고 더운 여름이 시작되는 음력 5월 5일을 일 년 중에 양기가 가장 왕성한 날이라 하여 이날을 단오(端午)라 부르고 경축하며 즐겼습니다.

`처음' 또는 `시작'을 의미하는 端과 `초닷새'를 뜻하는 午를 합해 단오라 했지만 단오의 순우리말은 수리 날입니다.

수리란 높고 고귀하고 신과 같음을 의미하는 옛말입니다. 하여 년 중 최고의 날이 수리 날이고 단오인 거죠.

주지하다시피 단오는 풍년을 기원하는 명절이었고 민초들이 질펀하게 먹고 노는 한마당 축제였습니다.

수확을 감사하는 명절인 추석과 어깨를 나란히 한 유서 깊은 명절이었습니다.

그랬던 단오였는데 추석은 국가로부터 3일간의 법정공휴일을 하사받아 민족대명절로 호사를 누리고 있고, 단오는 정부의 홀대와 산업화와 도시화의 급진전으로 나락에 떨어져 신음하고 있습니다.

민초들이 약속이나 한 듯이 즐겼던 창포에 머리감기, 쑥과 익모초 뜯기, 부적 만들어 붙이기, 단오부채 만들기, 대추나무 시집보내기, 단오 비녀 꽂기 등의 세시풍속과 그네뛰기, 널뛰기, 씨름, 석전(石戰), 활쏘기 등의 민속놀이가 단절되고 사장되어 박물관에 유리안치 될 지경에 이르렀으니 말입니다.

그런 와중에 `강릉단오제'가 국가중요무형문화제 13호로 지정되고,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다행스럽고 위안이 됩니다.

`강릉단오제'가 해마다 이맘 때 열려 고유의 세시풍속과 민속놀이와 단오굿 등을 재현하고 보급하고 있어서 고사위기는 면했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문화는 환경과 여건과 시대조류에 따라 변화와 부침을 거듭합니다.

그래서 국가는 문화재청을, 지자체는 문화예술과를 그리고 지역사회는 문화원을 두어 법과 제도와 행·재정으로 고유문화의 단절과 사장을 막고 문화의 지평을 확산하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전개합니다.

청주에도 꺼져가는 단오문화의 불씨를 살리려고 애쓰는 조직과 사람들이 있습니다. 강전섭 원장을 비롯한 청주문화원 회원들이 바로 그들입니다.

지난 17일 오후 3시부터 6시까지 문화제조창 앞 잔디광장에서 개최한 `단오맞이 세시풍속 체험마당'도 그들의 열과 성으로 마련한 잔치였습니다.

부모님과 할아버지 할머니 손을 잡고 온 어린아이들과 친구들끼리 온 청소년들이 청주농악놀이패의 공연도 보고, 단오부채 만들기, 소원부적 만들기, 청포삼푸 만들기, 제기차기, 투호놀이 등의 세시풍속을 체험하며 즐거워했습니다. 그들의 모습에서 꺼져가는 단오 문화의 불씨가 되살아나는 것을 보았습니다.

더운 날씨와 예산의 한계로 성황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유의미한 행사였고 더욱 심화하고 확대해야할 행사였습니다.

이번이 6회째인데 7회부터는 중부권 최고의 단오축제가 될 수 있도록 청주시의 대폭적인 지원과 청주문화원의 분발을 촉구합니다.

할로윈 축제와 퀴어 축제 같은 국적불명의 축제가 활개를 칩니다. 글로벌이라는 미명아래 당연시되는 외래 축제에 우리의 고유한 축제가 피멍이 듭니다.

더 늦기 전에 면면히 이어가야 할 우리 민족의 고유한 축제가 외면 받고 무시당하는 현상을 바로잡아야 합니다.

사람에게 유전인자가 있듯이 문화에도 유전인자가 있습니다.

유전인자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약점을 최소화하는 사람이 성공을 거두듯 문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신명과 풍유와 어울림이 녹아있는 세시풍습과 민속놀이가 바로 우리문화의 유전인자이고 민족의 정체성을 결정짓는 요소들입니다.

K팝과, 한류와, BTS가 이를 웅변합니다. 탁월한 유전인자의 산물이라는 걸.

청주문화원이 추구하는 명실상부한 문화도시와 문화시민의 답도 예있음입니다.

/시인·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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