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달래기
마음 달래기
  • 김태봉 서원대 중국어과 교수
  • 승인 2023.06.12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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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봉 서원대 중국어과 교수
김태봉 서원대 중국어과 교수

 

모든 사람의 삶은 그 기간의 길이와 상관없이 전 구간이 희로애락의 감정으로 점철된다고 할 수 있다.

기쁘고 즐거운 득의(得意)의 때는 세월이 마냥 그렇게만 지날 것 같지만 곧 화나고 슬픈 실의(失意)의 구간으로 접어들곤 하는 것이다.

사람이 한 번 실의에 빠지면 거기서 빠져나오는 것이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가족이나 친구의 응원이 있으면 좋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 스스로의 마음가짐일 것이다.

당(唐)의 시인 나은(隱)은 감정의 굴곡을 달래는 법을 깨닫고 있었던 듯하다.


마음 달래기(自遣)

得即高歌失即休(득즉고가실즉휴)  득의하면 마음껏 노래하고 실의하면 쉬리라
多愁多恨亦悠悠(다수다한역유유) 많은 근심과 많은 원망도 또한 아득히 흘러간다네
今朝有酒今朝醉(금조유주금조취) 오늘 아침 술 있으면 오늘 아침 취하고
明日愁來明日愁(명일수래명일수) 내일 근심이 오면 내일 근심하리라

사람 일은 뜻대로 될 때도 있고, 뜻대로 되지 않을 때도 있다. 득의(得意)의 때는 그것을 실컷 즐겨야 한다. 그 기분도 마냥 지속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 실의(失意)의 때는 어찌해야 할까?

시인의 처방은 간단명료하다. 멈추어 쉬라는 것이다.

남은 미련과 곱씹어지는 후회들을 떨쳐 내기가 결코 쉬운 것은 아니겠지만,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몸도 마음도 멈추어 쉼의 상태로 두어야 한다. 그러면 많은 근심과 많은 원망 또한 아득히 떠나갈 것이다. 무엇이든 순간에 충실하면 된다.

지난 것을 붙잡고 있거나 오지도 않은 것을 당겨 올 일이 없다. 오늘 아침 술 있으면 오늘 아침 그것을 마시고 취한다. 내일 근심이 오면 내일 근심하면 그만이라는 것이 시인의 생각이다. 삶을 달관한 시인의 높은 경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삶의 장면은 득의와 실의가 늘 교차하며 나타난다. 득의든 실의든 어떤 것도 지속하지 않는다. 문제는 그것들을 대하는 사람들의 마음가짐이다.

즐거움도 찰나이고 괴로움도 찰나이다. 과거에 집착하거나 미래를 불안해할 일이 아니다. 현재의 감정에 충실하게 사는 것이야말로 달관의 삶이 아니겠는가?



/서원대학교 중국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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