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야의 무법자가 아니라 카페의 세 남자 이야기를 하고 싶다. 그들을 편의상 A, B, C로 부르겠다.
카페는 도심지나 상권이 형성된 주택가에서 볼 수 있는 프랜차이즈 가게이다.
산보를 나갔다가 지나치면서, 유리창 너머로 보게 된 진한 녹색의 카우치 스타일 가죽 의자가 마음에 들어서 눈도장을 찍었던 곳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주말이나 평일 퇴근 후에 자주 들르게 된 개인적인 핫플(hot place)로 둥지를 틀었건만 창가 쪽 진녹색 의자에는 아직 앉은 적이 없다.
A 때문이다. MZ세대로 보이는 그가 그 자리를 지정석처럼 쓰고 있어서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게다가 그는 태블릿PC로 동영상을 보면서 오래 앉아 있는 사람이다. 혼자서 낄낄대며 웃을 때도 있다.
카페의 세 남자 중 가장 연배가 높은 듯한 B는 노트북을 빠뜨리지 않는다.
문서작성을 할 때도 있고, 영어로 업무적인 통화를 할 때도 있다.
주로 비즈니스를 하면서 짬짬이 재테크와 관련된 검색을 하는 것도 같다.
외모가 어떤 배우를 닮아 몇 번은 더 쳐다보게 만든다.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와 TV 주말 역사 대하드라마에 출연했던 낯익은 얼굴의 배우인데,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다.
586세대로서 심드렁한 표정의 C는 스마트폰으로 SNS를 하고 그날의 일지를 적다가, 따분해지면 카페를 나간다.
오늘은 무슨 날인가 보다. 서로 말을 건넨 적은 없어도 세 남자의 회합(回合)을 은근히 기대하며 카페를 왔건만 A와 B가 없다.
이유를 알 수 없는 그대의 부재가 삶을 싹 틔우는 씨앗 한 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