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주인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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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각 스님 괴산 청운사 주지
  • 승인 2023.04.20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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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자의 목소리
무각 스님  괴산 청운사 주지
무각 스님 괴산 청운사 주지

 

물은 흘러가나 항상 차 있지 않고
불은 치열하게 타오르나 오래타지 못하며
해가 떠오르나 잠시 후에 지나니
달이 차올라도 다시 이지르지네.
지위가 높아 영화로운 부귀를 누리는 자도
덧없음 또한 이와 같이 지나가리라.

 


반갑습니다. 괴산 청운사 여여선원 무각입니다.

지금 여기는 늦게 핀 벚꽃이 봄비에도 싱싱하게 남아 활짝피어나고 있습니다. 이 시간에 탁마할 공안은 단도직입형 공안인 무문관 제12칙 암환주인2.입니다.

사람들은 젊은 한 순간이 좀 더 유지되기를 염원하면서 오래오래 살기를 바랍니다. 이러한 인간의 욕망에 대한 수련으로는 인도의 요가(Yoga)도 있고, 중국에서는 神仙道(신선도)가 생겨났다. 이들은 모두 한결같이 호흡법을 통해 불로장생하는 불사의 삶을 얻고자 하였습니다.

장생불사의 이론에서는 삶과 죽음의 갈림길이 호흡에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래서 만약 숨을 들이마시고 그 숨이 나오지 않는다거나, 숨이 나간 다음에 들어오지 않는다면 그것이 바로 죽음이라고 말하지요. 이는 바로 만일 계속 숨만 쉴 수 있다면 죽지 않을 것이며 호흡을 하는 이상은 죽지 않게 된다고 하는데요.

이러한 관점에서 출발한 장생불사론자들은 호흡의 실체를 보다 근원적으로 탐구하여 이렇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숨이란 들이킨 이상에는 내뱉지 않을 수 없고 내쉬고 나면 숨은 저절로 들어오기 마련인데 이것이야말로 한순간의 생사라 할 수 있는 것이며 들이키는 숨은 생이요, 내쉬는 숨을 사(死)라 한다.”라고 말입니다.

호흡론자들은 한 호흡지간에 생과 사가 함께 공존하고 있다고 말하며, 마침내 호흡을 완전히 멈출 수 있는 경지에 이를 수 있어야만 영원히 살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건데요.

하지만 우리 주변에도 요가나 신선도의 호흡법을 통하여 우리의 상식을 넘어선 경지에 이른 사람들이 많이 있기는 하지만 우리도 알고 있듯이 인류의 역사상 호흡을 통해 실재로 육신이 장생불사의 경지에 이른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지요.

`금강경'에서는 `법소유상 개시허망(凡所有相 皆示虛妄)' 이라 하여 모양이 있는 모든 것은 모두 허망함을 면치 못할 뿐 아니라 생자필멸(生者必滅)의 도리를 벗어날 수는 없다고 하였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이제 오래 살아야 한다는 집착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말입니다.

안이비설신의(眼耳鼻舌身意)라는 육근과 색성향미촉벅(色聲香味觸法)으로 펼쳐지는 여섯 가지 경계가 도적이 되어 마냥 이 거짓 경계에 끌려다니게 된다면 그는 결코 활발한 주인공은 될 수 없다는 말이지요.

다음 시간에는 무문관 제12칙 암환주인(庵喚主人)3을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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