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달 천국 호암지와 달내(獺川)
수달 천국 호암지와 달내(獺川)
  • 박일선 동화작가
  • 승인 2023.04.18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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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100년 전 일제가 식량 수탈을 위해 자연 연못(蓮池)을 강제 노동으로 확장한 범바우못(虎巖池)에 몇 해 전부터 수달이 나타나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었다.

신비롭고 청량한 목벌 활옥동굴을 본 후 호암지를 산책하며 수달을 찾아보는 것이 충주 도심 여행으로 자리잡아가던 즈음 제방공사로 물이 없어지고 수달이 추방되어 이런 흐름은 안타깝게도 끓기고 말았다.

박일선 동화작가
박일선 동화작가

 

그간 제보를 보면 수달은 달내와 충주천, 충주평야를 관통하는 수로를 통해서, 다른 한편 충주천을 거슬러 올라와 용산동 사천개 도수로를 이용해 웃호암지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제방 공사가 끝나고 호숫물이 다시 차면 수달은 다시 찾아올 것으로 보인다.

그간 수달은 이곳에서 대략 3~5마리가 서식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몇 가지 조치를 하면 가히 이 지역을 수달 천국으로 만들 수 있다. 순천만갈대밭과 함평나비축제를 부러워만 말고 지역에 맞는 특별한 관광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것은 수달을 통해 도모할 수 있다.

조선시대 수달피는 지역의 대표적인 토산품이었다. 수달을 얼마나 많이 잡았으면 `수달피고개, 수달피묘'라는 지명이 남아 있을까. 지금은 행정 한자 명칭이 일제강점기에 주로 쓰던 達川(달천)으로 굳어졌다.

하지만 조선왕조실록과 동국여지지 등엔 `獺川· (달천)'으로 기록됐다. 이는 이두식 음차자지만 수달이 매우 많았음도 반영한 표기로 보인다.

오래전 일본 코지현 하야마무라(葉山村)와 스사키쉬(須崎市)를 방문한 적이 있다. 이곳을 흐르는 신조가와(新莊川)에서 1979년 수달이 발견된 후 수달이 일본에서 관찰된 적이 없다. 하야마촌엔 `이곳이 수달의 고향입니다'라는 표어 아래 수달홍보관과 수달공원을 꾸몄다. 수사키시엔 수달휴게소가 있는데 손님으로 붐빈다. 여기선 수달을 소재해서 기념품과 빵도 만들고 상품 포장 등에 활용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수달강' 이름을 지닌 곳은 충북뿐이다. 달내는 속리산 천왕봉에서 발원해 탄금대에서 합류되는 충북의 강이다. 이런 역사적 연원과 지역 상징을 간직한 `수달'은 다른 곳과 차별화된 생태관광의 좋은 소재다.

호암지 하류에서 충주천으로 흐르는 수로 좌우의 논을 30개 이상 매입해 연못을 만들면 수달은 더 많이 유입될 것이다. 이는 도심홍수와 열섬현상, 미세먼지를 줄이고 종(種)다양성 확대와 수질개선, 환경교육에 기여할 수 있다. 환경부의 수질개선사업으로 적합하며 단시간에 효과를 볼 수 있다.

당장 할 일이 있다. 호수안에 인공섬을 만들어야 한다. 농번기에 방류되는 물길을 통해 수달이 유입될 수 있는데 그 서식을 도와야 한다. 웃호암지도 수달 은닉에 편리하도록 수림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 옛 선착장 맞은편 봉우리는 수달이 가장 많이 변을 보는 곳이다. 이곳만이라도 출입을 막고 온전히 수달공간이 되도록 해야 한다. 호수내에 거석을 쌓아 만든 습지 제방의 일부를 헐어 수달집이 되도록 하며, 나무뿌리를 보호하여 그 은닉을 도와야 한다. 수달 천국 충주가 될 수 있는 이 일은 생각만 해도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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