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헌의 씨앗 한 톨

음유시인(吟遊詩人)으로 불리던 가객(歌客) 김광석의 노래 `먼지가 되어'를 듣다 보면, 나도 모르게 먼지라도 되어 사랑하는 당신에게로 가고픈 마음이 절로 솟아나곤 한다.
“작은 가슴은/모두 모두와/시를 써봐도/모자란 당신/먼지가 되어/날아가야지/바람에 날려/당신 곁으로” 미국의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 캔자스(Kansas)가 부른 노래 `바람 속에 흩날리는 먼지(Dust in the Wind)' 또한 멜로디도 인상적이지만, 노랫말이 가슴을 콕 찌르지 않던가.

“내 모든 꿈이 눈앞에서 지나가 버린다/우리의 모든 행위는 비록 우리가 원치 않는다 하여도 흙으로 사라지고 만다/당신의 재산을 몽땅 털어도 단 1분을 사지 못한다/우리의 존재는 바람 속에 흩날리는 먼지와 같다/세상만사가 바람 속에 흩날리는 먼지와 같다” 봄바람에 흩날리는 민들레 홀씨가 어쩌면 먼지처럼 미미하기 짝이 없고 등잔불처럼 가냘프게 흔들리는 존재처럼 보이지만, 그것이 기어코 만들어 내는 영토의 크기가 얼마나 대단하던가! `적진성산(積塵成山)'이라고 하여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말도 있고,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The Little Prince)>에는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What is essential is invisible to the eye)”라는 말도 나온다. 먼지와 같다 하여 하찮게 볼 일이 아니다. 때로는 당신을 시달리게 만드는 풍진(風塵)으로서의 먼지가 삶을 싹 틔우는 씨앗 한 톨이다.
저작권자 © 충청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