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북아트·음악이 있는 편안한 북카페
커피·북아트·음악이 있는 편안한 북카페
  • 오영근 기자
  • 승인 2022.11.17 19: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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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암동 `세렌디피티'

 

`세렌디피티(Serend Pity)는 운 좋은 발견, 재수 좋게 우연히 찾아낸 것, 무엇이든 우연히 잘 찾아내는 능력이라는 뜻. 커피와 BOOK, 그림, 북아트 그리고 음악이 있는 편안하고 따뜻한 북카페 세렌디피티입니다'

청주시 청원구 대성로 254번길 36-4에 위치한 조그만 카페의 출입문 좌측 외부창에 붙어 있는 글귀이다.

길은 우암초등학교 후문과 연해 있는 골목에서 청주대학교 인문사회사범대를 잇는 구불구불 좁은 길인데, 그나마 지금은 복개공사를 해서 넓어졌단다. 카페에서 청주대 방면 언덕으로 조금 오르다 지역아동센터가 있는 4거리에서 우측으로 조금만 가면 그 유명한 수암골에 닿게 된다.

주인은 2년 전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PERSONA'란 제목으로 다섯 번째 개인전을 개최한 중견 서양화가이다. 서양화 못지 않게 북아트에 관심이 높다. 직접 만든 북아트 작품을 몇 점 보고 있노라니 `이런 세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놀랍다.

좁고 긴 형태의 카페는 두 공간으로 나뉘어져 있다. 입구쪽은 커피를 만들고 마시는 공간, 안쪽은 화가의 작업공간이다.

각각의 공간에 테이블이 하나씩 있고 주방 쪽엔 바텐의자가 몇 개 있다. 이리저리 벽쪽으로 책이 가득하게 있고, 공간 곳곳에 관심가는 물건들이 널려 있어 그냥 둘러보기만 해도 초등학교 때 보물찾기하는 기분이 든다. 이제야 왜 주인장이 카페이름을 세렌디피티로 했는지 선뜻 와 닿았다.

제공되는 커피에는 코스타리카 SHB 산 라파엘, 블루마운틴, 에티오피아 게이샤, 콜롬비아 수프리모가 있었다. 핸드드립으로 내린 에티오피아 게이샤는 4000원, 나머지는 2500원을 받고 있다. 이 정도 가격이면 적어도 드립커피로는 중부권에는 가장 낮게 책정된 가격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중 최근 들어 비교적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는 게이샤에는 사연이 있다. 본래 게이샤는 에티오피아 서남쪽 카파 지역의 게샤(Geisha) 지역에서 자라는 야생 커피 품종이었는데 수확하기까지의 생장 속도도 느리고, 산출량도 떨어지며 수고(樹高) 또한 높아 에티오피아 농부들에게는 그렇게 인기있는 품종이 되지 못하였다. 이 커피나무가 1953년 코스타리카의 카티에(CATIE) 센터를 통해 파나마에 도입된 것은 1960년대 들어서이다.

이 곳에서도 처음에는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파나마 서부 바루화산 근방 보케테(Boquete)지역에 위치한 페터슨(Peterson) 가문의 아시엔다 라 에스메랄다(Hacienda La Esmeralda) 농장에서 생산한 게이샤 커피가 2004년 베스트 오브 파나마 대회에서 최고 경매가를 갱신하면서부터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2021년 같은 대회 1등 게이샤의 경우 파운드당 2568달러를 기록하였다. 복잡하고 화사한 꽃과 다양한 과일향 상쾌한 산미가 뛰어나서 `신의 커피'라는 애칭을 얻게 되었다.

지금은 주변 중남미 나라는 물론 원산지인 에티오피아의 아바야 게이샤까지도 새롭게 각광을 받고 있다. 아바야 게이샤를 보면 우리의 6, 70년대 집안 형편이 어려워 일찍이 대처로 집 떠나온 자식이 갖은 고생 끝에 큰 인물이 되어 금의환향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정연정 문화경제학자
정연정 문화경제학자

 

선선한 저녁 나절 세렌디피티에서 착한 가격의 아바야 게이사를 마시게 되면 한동안 잊고 지냈던 먼 옛날 죽마고우를 우연히 만나, 호레이스 월폴(Horace Walpole)이 들려주는 `세렌디프의 세 왕자(The Three Princes of Serendip)' 이야기를 들으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시절로 돌아가는 세렌디피티를 만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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