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향기 짙은 커피향 `물씬'
인문학 향기 짙은 커피향 `물씬'
  • 오영근 기자
  • 승인 2022.11.03 2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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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산자락 `후마니타스'

 

청주의 서쪽 들판 가운데 솟아난 부모산은 주변 평야로 인해 꽤나 우뚝해 보인다. 정상에는 산성과 샘이 있다. 고려 대몽항쟁 때 병란을 피해 이곳 부모산성으로 피신하였는데, 짙은 안개가 4일간이나 끼어 화를 면했으며, 또 식수가 부족하여 고생하던 중 산 정상의 샘에서 물이 솟아나 살아날 수 있었다. 이러한 연유로 부모의 은혜를 베풀어준 부모산, 그리고 어머니 젖과 같은 생명수를 준 모유정으로 칭하게 되었다.

이 모유정의 물줄기는 산의 남서쪽 골짜기로 흘러 물탕골을 거쳐 여름이면 연꽃 만발한 주봉저수지로 모여든다. 얼마 전 이 주봉저수지 변에 카페 후마니타스가 들어섰다. 이러한 연유로 카페의 시그니처 메뉴인 연잎 슈패너가 탄생했다.

카페 이름을 후마니타스로 한 데는 사연이 있다. 건축을 전공했지만 늘 인문학에 관심이 많았던 건축주는 평생 수집해 온 인문학 분야의 장서 3만 여권을 널리 공유하고 싶어 했다.

그 결과 지상 3층의 인문 아카이브 양림(養林)이 세워졌고, 지하 1층에는 자료관을 겸한 카페 후마니타스가 들어서게 됐다.

지하 카페로의 진입은 긴 램프를 통해 느리게 진행함으로써 `양림'이 갖고 있는 정적이고 차분한 공간으로 방문객을 초대하는 느낌이 들게 했다. 퇴출 역시 진입 램프를 이용하게 함으로써 공간의 정숙성이 최대한 유지될 수 있도록 동선을 설계했다.

램프가 끝나면 공간이 환해지면서 지하와 지상을 은유적으로 연결하는 전통건축물의 배흘림기둥과 상부 목구조를 상징화한 조형물이 나타난다. 이름하여 주산(柱傘)이다. 우천시 주산 주변으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와 풍경은 가히 압권이다.

커피는 크게 두 가지가 제공된다. 요즘 비교적 핫한 전국구 커피인 리브레, 그리고 모모스 커피의 시그니처 블렌드인 `버티고'와 `에스쇼콜라'가 바로 그것이다.

리브레의 버티고(Vertigo)는 드물게 인도 커피를 베이스로 중남미산 커피 두 가지를 배합한 커피이다. 중강배전으로 로스팅하여 묵직한 초콜릿과 고소한 너트가 절묘하게 조합된 설득력 있는 커피맛을 지향했다는 것이 리브레의 커핑 노트이다. 고소한 쓴맛 끝에 달달한 산미가 은은하게 감도는 고전적 느낌의 커피맛이었다.

모모스는 2019년 보스턴에서 개최된 월드바리스타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전주연 바리스타'로 인해 일약 커피의 성지가 된 항도 부산의 대표적인 커피숍중 하나이다. 한국인 최초, 여성으로서는 대회사상 두 번째 우승자였다. 후마니타스에서는 다크로스팅의 에스쇼콜라(Es Chocolat)를 쓰고 있다. 코스타리카를 베이스로 브라질과 과테말라를 섞은 커피이다. `밀크 초콜릿의 부드러운 단맛과 크리미한

정연정 문화경제학자
정연정 문화경제학자

 

촉감'이 모모스에서 제공하는 커핑노트이다. 직접 시음해 보니 산뜻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바디감에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새콤한 단맛이 일품인 커피다. 머신으로 내렸지만 오히려 드립으로 정성껏 내린 듯 다크로스팅임에도 결코 부드러움을 잃지 않는 기품이 느껴졌다.

아침저녁으로 찬 바람이 부는 계절, 인문학 향기와 짙은 커피향이 그리워진다면 청주의 서편, 부모산과 주봉저수지를 배산임수하여 주봉마을의 새로운 상징으로 등장한 `인문학카페 후마니타스'를 권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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