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세고빈 4
청세고빈 4
  • 무각 스님 괴산 청운사 주지
  • 승인 2022.09.01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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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자의 목소리
무각 스님 괴산 청운사 주지
무각 스님 괴산 청운사 주지

 

좋은 말도 한 두 번입니다.
길어지면 병이되고
하물며 좋지 않은 말을 여려번 함이랴.
다른 사람에 대해 좋지 않은 말을
들었다면 옮기지 말고 입을 다물어
침묵하라.


반갑습니다. 괴산 청운사 여여선원 무각입니다. 8월의 붉은 꽃들은 그 아름다운 꽃잎들을 내리며 멋진 열매를 맺고 있습니다. 꽃 잎 날리는 지금이 가장 아름답습니다. 이 시간에 탁마할 공안은 격외도리형 공안인 무문관 제10칙 청세고빈(淸稅孤貧) 4입니다

무문관 제10칙 청세고빈 4는 자기 나름대로 잘 살고 있으면서도 사람들이 잘 살고 있다는 것을 느끼지도 못하고, 쫓기며 살아가고 있을 뿐이라는 것을 시사하고 있는 공안이라 여겨집니다.

남과 비교만 하지 않으면 정말 자기가 잘 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평범한 진리의 공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양구(良久)…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고 하지만, 평범한 사람이 부처가 되는 길이 어찌 쉬울 수만은 있겠습니까? 석존께서는 부처가 되는 길을 생활 속에서 찾으라고 하셨으니까요. 보시하고 지계하고 인욕 하는 것을 생활화 하는 것이 정진 이라고 하셨으며 이렇게 살아가는 생활 속에서 생활화 하다보면 선정에 이르고 결국에는 지혜가 나타나 부처가 된다고 하셨습니다. 보시하고 지계하고 인욕 하고 말은 이리 짤막하고 간단한 글이지만 한 가지도 쉽지 않습니다. `죽기보다 더 힘 드는 일'이 `돈 내는 일'이란 글을 읽고 좀 씁쓸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무문관의 열 번째 관문이라 할 수 있는 청세고빈에서는 아래와 같이 두 가지 경계를 묻고 있습니다.

첫째, 청세는 어디에서 백가 주를 마셨으며 둘째, 술도 입술에 안 적시지 않았다는 어리광은 또 어디에 있는가? 인데요.

차례 차례 하나하나 면밀하게 이 경계를 살펴 보시기 바랍니다.

이 공안은 청세 스님이 고빈(孤貧)하다는 마음을 갖고 있다고 조산 큰스님께 법거랑을 요청하는 장면이지요. 청세는 자신이 가난하다고는 말하지만 아직 마음에 잔상이 많음을 스스로 드러내는 실수를 하고 있습니다. 청세 스님 자신은 반야(般若)의 진공무상(眞空無相)의 경계를 터득했다고 자부하고 있지만 본래무일물(本來無一物)의 필경공(畢竟空)에는 계합하지 못함을 보이고 있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격외도리형 공안인 무문관 제10칙 청세고빈(淸稅孤貧) 5를 계속하여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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