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9일이면 꼬박 8년이 흐르게 된다. 친구를 만나러 가겠다며 집을 나선 뒤 연락이 끊긴 이다현양(당시 18세·사진). 생사조차 확인되지 않은 이양 실종 사건, 경찰 수사는 답보에 머물면서 사실상 `미제'로 남게 됐다.
# 흔적 없는 여고생
8년 전인 2014년 1월 29일 낮 12시쯤 증평의 한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이양은 친구와 약속이 있다며 집을 나선 뒤 연락이 끊겼다.
이양이 이튿날까지 연락되지 않자 가족은 같은 달 31일 오후 9시 20분쯤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다.
경찰은 곧바로 전담팀을 꾸려 이양의 소재 파악에 나섰다.
경찰은 이양이 실종 한 달 전 취업준비를 위해 머물렀던 청주의 한 고시텔 주변에서 마지막 행적을 확인했다.
고시텔 인근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에 이양의 모습이 잡혔지만, 이후의 이동 경로는 오리무중이다.
경찰은 주변 인물의 탐문 수사 과정에서 고시텔 관리인 한모씨(당시 48세)가 평소 이양에게 잘해줬다는 진술을 확보, 그의 행적을 추적했다. 같은 해 2월 13일 그는 인천의 한 공사 현장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인터넷 물품 사기로 지명수배가 내려졌던 한씨는 고시텔에서 혼자 지내며 심한 우울증 등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 진척 없는 수사 … 사실상 미제
경찰은 애초 한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뒤를 쫓았다. 한씨는 이양 실종 이튿날 오전 0시 30분쯤 자신의 차를 타고 20여분 간 고시텔에서 나갔다가 돌아왔다.
경찰이 인천의 한 중고차시장에서 한씨의 차량을 발견했지만 그의 옷가지만 있었을 뿐 이양의 흔적은 나오지 않았다. 컴퓨터도 소재가 파악되지 않았다.
경찰은 다만 한씨가 차량을 팔고 받은 대금 34만원을 이양 명의의 통장으로 입금받아 인천의 한 현금인출기에서 빼내 간 사실은 확인했다.
이양 실종사건에 깊은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본 한씨가 유서조차 남기지 않고 숨지면서 이양 실종 사건은 미궁에 빠졌다.
경찰은 공개수사로 전환했다. 제보를 일일이 확인했지만 대부분 장난 전화로 밝혀졌다.
이양의 행적을 확인할 만한 뚜렷한 단서는 나오지 않았다.
경찰은 이양이 숨졌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면서도 한씨와 직접 만났다는 직접적 증거가 없다는 점에서 살아있을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진척 없는 수사는 제보에 의존하고 있다.
/하성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