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계 악습의 고리 끊어야 한다
체육계 악습의 고리 끊어야 한다
  •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 승인 2020.07.16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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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2019년 초부터 잇따라 터진 체육계의 상습 폭력과 성폭행 의혹 등 미투의 시발점이 되었던 각종 사건, 사고에 온 국민이 경악했다. 체육인 모두 심각한 위기감 속에 인인 유책을 되새기며 자정 노력과 변화와 혁신을 부르짖었다.

체육계 악습을 바꿀 마지막 기회라며 위기를 도약의 기회로 만들자고 역설했다. 정부 차원에서도 금방이라도 모든 것이 해결될 것처럼 다양한 권고안을 쏟아냈다. 대통령이 직접 체육계 스스로 국민이 동의할 수 있는 쇄신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으니 말이다.

그렇게 1년여의 시간이 흘러 모든 것이 해결된 듯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난 6월 경주시청 소속의 철인 3종 선수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끔찍한 일이 발생했다.

극한의 고통을 이겨내는 종목으로 손꼽히는 철인 3종 선수가 얼마나 힘들고 괴로웠으면 이처럼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까?

우리를 더욱 안타깝게 한 것은 2월 경주시청을 시작으로 6월까지 대구지방경찰청과 검찰청, 대한체육회 클린스포츠센터, 대한철인3종협회 등 관계 기관에 계속해서 피해를 호소했다고 한다.

어느 한곳에서라도 진정한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주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라고 생각하니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가 치민다.

2020년 1월 대한민국 체육사 70년 만에 처음 치러진 선거를 통해 민선 회장 시대의 막이 올랐다. 민선 회장 출범의 명분과 취지를 살려 체육계가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한다며 체육인 모두 소통과 신뢰, 존중과 배려 등 시대 상황과 여건에 맞는 마음가짐으로 다 함께 노력할 것을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하지만 6개월여만에 이런 끔찍한 사태가 발생한 작금의 현실이 너무나 허무하고 체육계 구성원으로서 무한 책임을 느낀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인해 체육계는 물론 온 국민이 일상생활을 제대로 영위하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기에 전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상명하복의 질서가 생명인 군대도 이제는 구타뿐만 아니라 얼차려(흔히 말하는 뺑뺑이)도 사라진 클린문화가 정착되었다고 한다. 운동선수는 맞아야 성적이 오른다. 예전부터 그래온 관행이다. 구타는 필요악이라고 치부할 것이 아니다. 언제까지 “나 때는 말이야”를 외치고 있을 것인가?

제2의 최숙현 선수가 나오지 않기 위해서는 일시적인 관리, 감독이 아니라 상시 현장점검 강화와 학연, 지연 등 인맥 청산과 온정주의의 솜방망이 처벌 등 체육계의 구조적인 악습을 바꿔야 한다.

체육계의 고질적인 폭력 및 성폭력 등 스포츠 인권 관련 사건들은 성과 지상주의와 메달 지상주의에 따른 체육계 내부의 폐쇄성, 지도자와 선수 간 수직적 관계 등 구조적 원인이 문제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이번에야말로 철저한 조사와 원인을 찾아 가해 지도자들만 처벌하는 대증요법이 아니라 그런 악마가 또 나올 수 있는 제도적인 문제는 없는지 근본적인 개선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체육인들이 솔선수범하여 체육계 악습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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