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은 ‘존경’이라는 ‘이슬’을 먹고 사는 자리
교육감은 ‘존경’이라는 ‘이슬’을 먹고 사는 자리
  • 유종렬 <전 음성교육장>
  • 승인 2013.10.22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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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유종렬 <전 음성교육장>

충북 교육계가 벌써부터 선거 열풍에 휩쓸리고 있다. 이기용 교육감의 불출마로 새 교육감을 뽑아야 할 처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는 소리와 상관없이 너도나도 교육감을 하겠다고 야단이다. 그래서 그런지 “교육감은 아무나 하나?”란 야유에 가까운 말까지 회자되고 있다.

내년 6월4일 실시되는 충북도교육감 선거는 8년만의 충북교육 수장교체로 교육계의 관심이 큰데 반해 뚜렷하게 유력한 후보가 없어 10여명이 자천타천으로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교육감은 돈이 많아서 될 수 있는 자리도 아니고, 하고 싶다고 되는 자리는 더더욱 아니다. 교육감은 교사나 학생, 학부모와 사회인들로부터 ‘존경’이라는 ‘이슬’을 먹고 살아가는 자리이다. 사회적으로 존중받는 자리이다 보니 그만큼 책임도 막중하다.

지난해 충남도교육감 금품수수사건이 우리에게 큰 충격을 줬듯이 교육감은 어느 공직자보다도 청렴하고 도덕적이어야 한다. 역대 충북도교육감 중 유성종, 김천호 전 교육감과 이기용 현 교육감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유성종 전 교육감은 교감시절 집에 불이 났다는 급한 전화를 받고도 점심시간이 되어서야 비로소 집으로 달려갔다가 점심시간이 끝나기 전에 다시 학교로 돌아왔다는 일화를 아직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 공직자로서 공사를 분명히 해야 함을 일깨워준 교육감이다.

김천호 전 교육감은 신장이식수술을 받고도 의연하게 아픔을 참고 독서로 일관하여 의사와 간호사들을 놀라게 한 학문에 대한 끝없는 열정을 몸소 보여준 교육감이다.

이기용 현 교육감은 충북의 모든 학교, 모든 교실에 에어컨이 설치될 때가지 한여름에도 아파트에 에어컨을 설치하지 않아 손주들이 할아버지 댁에는 더워서 안 간다고 할 정도로 학생들을 사랑한 가슴이 따뜻한 교육감이다.

바라건대, 이 시대의 교육감은 교사와 학생들, 그리고 학부모들에게 존경을 받으며 희망을 줄 수 있는 사람이어야만 한다. 그러나 교육감 선거를 8개월여 앞두고 있는 지금 우리의 모습은 어떠한가? 자천타천의 후보들 중 진정 우리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알고, 그것을 추진할 만한 도덕적이고 개혁적인 후보가 있는가?

과연 누가 교육감으로서 개인의 욕심을 버리고 능력과 포용력 있는 리더십으로 자신을 희생할 수 있는 사람인가? 교육에 종사했다는 사실만으로 능력이나 자질이 갖춰지는 것이 아니다. 교육감은 교육계의 모든 것을 책임지는 수장으로서 교육전반에 대한 전문성은 물론 확고한 신념과 철학, 리더십과 추진력, 정치적 감각까지 갖춰야 한다. 이른 새벽 넓은 들판을 향하는 농부처럼 겸손한 마음으로 자그마한 이삭하나에도 애정을 쏟을 줄 알아야한다. 이제 후보들은 자신을 냉정하게 돌아보아야 한다. 과연 내가 교육계 수장으로서 철학과 능력이 있는지? 학력을 신장시키고 예산을 확보하여 교육환경과 복지를 제대로 꾸려갈 수 있는지? 수십만 명의 학생·교사·교육공무원을 통솔할 수 있는 리더십과 장악력이 있는지…. 선거 때문에 망한 교육계 인사가 많다. 재산을 날린 사람도 있고 당선됐다가 감옥에 간 사람도 있다. 이제 생사를 건 선거전도 치러야 한다.

당선되더라도 교육감은 결코 달콤한 자리가 아니다. ‘존경’이라는 ‘이슬’을 먹으며 충북교육을 위해 몸이 부서지도록 뛰어야하는 자리임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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