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모단기(孟母斷機)
맹모단기(孟母斷機)
  • 강상무 <청주외국어고등학교 교장>
  • 승인 2013.10.21 20: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고

강상무 <청주외국어고등학교 교장>

바야흐로 입시철이다. 대학 수학 능력 시험이 눈앞에 다가왔고 고교 입학전형도 곧이어 실시된다. 자녀의 학업 성취를 위해 기도하는 어머니들의 소식도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서늘해진 날씨만큼이나 자녀는 자녀대로 학부모는 학부모대로 마음 한 편이 시려올 때다.

공자(孔子)와 함께 우리에게 너무나 유명한 맹자(孟子)는 노(魯)나라의 철학자로 인의(仁義)를 중시하는 왕도정치(王道政治)를 주창한 당대 최고의 유학자였다. 어려서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는데, 맹자의 어머니는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의 일화에서 보듯 아들 교육에 남다른 열정을 지닌 분이었다.

학문에 전념할 만한 나이가 되자 맹자는 고향을 떠나 공부를 하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사무쳤던 맹자가 기별도 없이 집으로 돌아왔다. 마침 베틀에 앉아 길쌈을 하고 있던 맹자의 어머니는 갑자기 찾아온 아들을 보고 크게 기뻤지만, 불현듯 찾아온 아들에게 물었다. “얘야, 네 공부가 어느 정도 되었느냐?” 맹자가 대답했다. “아직 다 마치지는 못하였습니다.” 이 말을 들은 맹자 어머니는 짜고 있던 베틀의 실을 끊어버리고는 크게 꾸짖었다. “네가 공부를 중도에 그만두고 돌아온 것은 지금 내가 짜고 있던 베의 실을 끊어버린 이치와 같은 것이다. 이루고자 하는 바가 있으면 전심전력을 다해야 하는데 너는 그러한 자세로 무엇을 이룰 수 있겠느냐?” 어머니의 이 말에 크게 깨달은 맹자는 다시 스승에게 돌아가 더욱 열심히 학문에 집중하였다. 맹모단기(孟母斷機)라는 고사 성어가 탄생한 유래다. 이후 학문에 성심을 다해 정진한 맹자는 공자에게 버금가는 유학자가 되어 이천 여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후학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교육(敎育)’이라는 단어는 맹자(孟子)의 ‘得天下英才而敎育之[천하의 영재를 모아 교육하다]’란 글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있는 그대로 한자를 해석해 보면 ‘敎’는 매를 가지고 아이를 길들인다는 뜻이고, ‘育’은 갓 태어난 아이를 살찌게 한다는 뜻으로 기른다는 의미가 된다.

라틴어에서 유래된 ‘교육(敎育)’을 의미하는 ‘education’이란 단어는 빼낸다는 의미와 끌어올린다는 뜻의 결합으로 내부적 능력을 개발시키고 미숙한 상태를 성숙한 상태로 만든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삶의 지식과 정보와 지혜를 가르치고, 올바른 인간으로 성장하도록 기른다는 ‘교육(敎育)’의 중요성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아니 오히려 복잡다단해진 현대 사회에서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아교육부터 시작해 초, 중, 고, 대학까지의 교육과정을 포함해 평생 교육에 이르기 까지 그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부분이 없다.

학생들이 학업에 진력하고, 학생 개개인의 능력과 소질에 맞는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보다 창의적이고 정밀한 교육 시스템을 고안해 내는 일도 중요하다.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지식 정보화 시대에 앞서가는 교육, 학생과 교사와 학부모가 상호존중하고 제 역할을 하는 충실한 교육이 될 수 있도록 교육 구성원간의 조화와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기도 하다.

이 가을, ‘맹모단기(孟母斷機)’란 고사 성어에서 다시 ‘교육(敎育)’의 중요성을 떠올려 본다. 사랑하는 자식을 오랜만에 본 그 기쁨에도 불구하고 자식의 학문적 성공을 위해 다시 스승에게로 돌려보내야만 했던 맹자 어머니의 깊은 헌신과 사랑, 그 뜨거운 모성에 교회와 성당과 사찰에서 자녀의 학업 성취를 기도하는 우리 어머니들의 모습이 겹쳐지며 상념에 젖어 든다.

‘교육(敎育)’-그 멀고도 숭고한 여정과, 학생과 학부모와 선생님들의 헌신에 대해, ‘맹모단기(孟母斷機)’는 우리에게 또 하나의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