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시민 우롱한 삼성의 ‘직원잔치’
천안시민 우롱한 삼성의 ‘직원잔치’
  • 조한필 기자
  • 승인 2013.04.28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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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조한필 부국장 <천안·아산>

지난 25일 오전 10시 천안 관련 뉴스를 검색하기 위해 포털사이트에 ‘천안’을 입력했다가 크게 놀랐다. 지난밤 천안에서 엄청난 일이나 벌어진 듯 중앙언론사 10여 군데가 똑같은 뉴스를 벌떼처럼 올렸다.

‘삼성디스플레이, 천안시민과 감동콘서트’‘삼성디스플레이, 천안의 봄 클래식으로 물들이다’등 제목으로 전날(24일) 밤 천안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공연을 전했다. 시민들 모르게 소리 소문없이 치른 삼성디스플레이의 자사 직원 대상 음악회가 천안시민을 위한 음악회로 둔갑한 것이다.

이런 탈바꿈은 삼성디스플레이측 보도자료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회사 측은 25일 오전 8시쯤 서울과 지역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발송했다.‘디스플레이 시티의 봄, 클래식으로 열다’라는 거창한 제목 아래 ‘오케스트라 초청 봄맞이 감동콘서트 개최, 천안시민과 함께 친숙한 클래식 음악으로 봄밤 수놓아’라는 부제를 달았다. 뒤늦게 이 소식을 접한 ‘디스플레이 시티’ 아산 시민들은 서운해 하고 있다. 회사의 주요 시설, 직원 대부분이 아산의 탕정산업단지에서 근무하는데다 직원 가족도 아산의 삼성타운 트라팰리스에 거주하는데 정작 ‘잔치판’은 천안에서 벌였으니….

삼성디스플레이는 오래전 천안·아산에 자리 잡은 삼성전자의 LCD사업부가 아몰레드를 통합해 지난해 분사한 회사다. 현지 직원만 2만명이 넘는다. 연간 매출은 천문학적 숫자로 세계가 주목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이런 회사가 지역에서 ‘봄맞이 감동콘서트’를 열었다고 널리 알렸으니 언론들은 당연히 지역주민 대상 행사로 착각한 것이다.

한 언론사는 ‘삼성디스플레이, 지역주민 초청 감동콘서트’제목 아래 “천안과 인근에 사업장이 분포돼 있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지역사회와의 관계를 돈독히 하기 위해 음악회를 마련한 것”이라고 의미까지 붙였다.

이런 오해는 보도자료에 성무용 천안시장과 지역주민, 임직원 가족 등 1600여명을 초청했다는 내용과 말미에 안모 삼성디스플레이 인사팀장(전무)이 “지역사회와의 유대관계를 더욱 강화하고 시민들과 임직원들의 풍요로운 문화생활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라고 밝혀 더욱 굳어졌다.

김기남 대표와 성 시장 두 부부가 함께 박수치는 사진까지 언론에 제공, 천안시장이 기업의 주민 초청 행사에 참여했거니 하는 생각을 하게 했다.

보도자료는 이날 공연장에서 천안의 과거 모습 사진전 등 관람객을 위한 다채로운 부대행사를 열고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방을 운영해 가족단위 참가자들로부터 호응을 얻었다고 자랑했다.

회사 측은 이날 ‘천안시민’으로 콘서트에 천안지역 보육시설 어린이들과 해당 시설의 교사 등 200여명을 초청했다고 한다. 나머지 관람객 1300여명은 회사 임직원과 그 가족들이었다. 놀이방은 보육시설 어린이들이 아니라 유아가 있는 젊은 직원들의 쾌적한 관람을 위한 배려였다.

물론 보도자료를 통해 국내 정상급 콘서트 관람을 직원들에게 제공하는 뛰어난 회사 복지시책을 홍보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러나 지역 보육시설 어린이들을 초청해 놓고 천안시민과 함께 한 음악회로 둔갑시킨 것은 너무 심한 과장이 아닐까. 이런 게 ‘작은 일을 크게 불려 떠벌린다’는 침소봉대(針小棒大)가 아닐까.

천안시민으로서 우롱당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 글로벌 기업이 지난해 발족한 지역문화 발전을 위한 천안문화재단, 지역인재 양성을 위한 천안사랑장학회에 기금을 냈다는 소식은 아직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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