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위해 자립의 꿈 포기못해
가족위해 자립의 꿈 포기못해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1.05.10 17: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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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라이프>
충북여성발전센터 첫 장애인 수강생 변정선씨

교육 들으며 자신감 쑥쑥… 세상속으로 나갈 준비중

가족 도움 보답 · 장애인 도울수 있는 일 하고 싶어

세 살 때부터 다리가 굳어져 휠체어를 탔어요. 이후 대학교를 마칠 때까지 엄마가 옆을 지켜주셨어요. 이제 가족을 위해서라도 자립해야죠."

앳된 모습이 여고생처럼 보이는 변정선씨(30)는 휠체어에 의지한 채 충북여성발전센터에서 열리는 가족폭력상담원 교육을 듣고 있다.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 종일 교육이 진행돼 힘들만도 한데 정선씨는 사람과 만나고 배우고 싶은 교육을 들어 즐겁다며 활짝 웃는다.

인테넷을 통해 상담원 교육이 있다는 것을 알고 등록했어요. 경험도 많지 않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보지 않아 상담을 잘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되지만 하루 하루 교육을 받으며 자신감을 얻고 있어요."

장애인이 충북여성발전센터 교육에 참가한 것도 센터가 생기고 처음이다. 지난달 장애인을 위한 엘레베이터 시설을 설치하고 첫 이용객이 바로 정선씨다.

혼자 움직이는 것이 자유롭지 못한 장애인들은 교육을 받을 기회도 적어요. 저는 가족의 도움으로 대학까지 마칠 수 있었고, 자원활동가의 차량 도움을 받아 교육을 받지만 대부분은 배우는 기회조차 포기하고 집에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장애인을 보는 시선이 많이 달라졌지만 그래도 현실에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성인이 되어도 자립의 꿈은 쉽게 이룰 수 없다. 장애로 인해 일자리 구하는 일이 일반인보다 몇 곱절 어렵기 때문이다. 정선씨 역시 직업을 갖기 위해 몇 차례 시험에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장애인을 위해 선발하는 제도가 있어 작은 기업과 공기업에 시험을 보았어요. 시험장에는 가벼운 장애를 가진 사람부터 혼자 움직이기 어려운 사람까지 정말 많이 몰려 옵니다. 그만큼 장애인들이 가질 수 있는 직업의 폭을 보여주는 것이라 봐요. 장애인들이 취업하긴 어렵다는 건 알았지만 시험에 번번히 떨어지니까 지신감도 없어져 우울해지더라고요."

경제난으로 청년실업자 수가 증가하면서 장애인들이 자립할 수 있는 기회도 멀게만 느껴진다. 그래도 정선씨는 자립의 꿈을 포기할 수 없다. 누구보다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서라도 자립은 그녀의 과제다.

가족의 희생이 나를 키웠다고 생각해요. 이제 서른 살이니까 자립해야죠. 아직 별다른 직업을 가져 본 적이 없어 무엇을 잘하는지는 모르겠어요. 주관이 뚜렷하지 못한 단점도 보완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배우며 차근차근 준비하는 단계예요."

경험이 없다지만 정선씨는 그동안 혜원장애인복지관에서 추진한 사업에도 참여했고, 사회복지사 2급 자격증과 직장&성희롱 예방강사 자격증도 땄다. 미래를 위해 부단히 노력해 온 그녀가 자립의 꿈에 한 가지 보탠다면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위해 일하고 싶은 마음이다.

주로 인터넷으로 정보를 얻고, 가까운 집 주변을 혼자 산책하기도 해요. 기회가 된다면 어떤 일이라도 한번 도전해 보고 싶어요. 그리고 할 수 있다면 장애인을 도울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요."

거친 세상과 만나기 위해 숨고르기를 시작한 정선씨. 일상에서 부딪혀야 하는 문턱들이 즐비하지만 그녀의 웃음에는 구김이 없다. 이 티없는 웃음이 정선씨의 생활에 오래도록 빛이 되어주길 바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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