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농부의 아름다운 황혼
시골 농부의 아름다운 황혼
  • 권혁두 기자
  • 승인 2010.01.18 21: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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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동 신영환씨, 논·밭 팔아 모교 3곳에 장학금 전달
신영환 <72·영동군 황간면 마산리>
홀로 농사 지으며 생계유지… 사찰서 여생 보내기로

평생 농부로 살아온 70대 노인이 기력이 달려 농사일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자 자신의 농토를 처분해 모교 3곳에 각각 1000만 원씩의 장학금을 희사해 지역에 감동을 주고 있다.

영동군 황간면 마산리 신영환씨(72·사진)는 지난 13일 자신의 모교인 황간초교(42회), 황간중(7회) 영동고(〃)를 찾아가 "열심히 공부하는 후배들을 위해 써달라"며 각각 1000만원의 장학금을 기탁했다.

어렸을 적부터 앓아온 지적장애로 결혼을 하지 못해 슬하에 자식마저 두지 못한 신씨는 평생을 가족도 없이 홀로 살아왔다.

6600㎡의 논과 밭을 가꿔 생계를 꾸렸지만 생활형편도 그다지 넉넉한 편은 아니었다.

그는 최근 나이가 들어 더 이상 농사를 짓기가 어렵다는 판단을 내리고 전 재산을 처분한 후 조용히 산속 사찰에서 여생을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평생 삶의 터전이었던 논과 밭을 팔아 생긴 돈을 어디에 쓸까 고민하던 신씨는 자신이 앞으로 사찰에서 생활하는 동안 써야 할 최소한의 금액을 제외한 나머지를 모교 장학금으로 내놓은 것이다.

신씨는 오는 5월께 강원도의 한 사찰로 들어가 여생을 보내기로 하고 현재 주변을 정리 중이다

신씨는 "고등학교까지 다녔지만 몸이 아파 제대로 공부를 하지 못한 점이 늘 아쉬웠는데 대신 후배들의 공부를 돕게 돼 위안을 받게 됐다"며 "이제는 편안한 마음으로 사찰에 들어가 여생을 외국어 공부를 하며 보낼 생각"이라고 밝혔다.

장학금을 전해받은 황간초교 김진영 교장은 "요즘같이 각박한 세상에 너무나 소중하고 의미있는 장학금을 기탁받았다"며 "장학금을 희사한 신씨의 아름다운 뜻이 골고루 학생들에게 전해지도록 소중하게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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