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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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6.11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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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과 기본을 지켜야 한다
김 중 겸 <건양대학교 경찰행정학과 석좌교수>

아이젠하워 장군은 2차 세계대전 승리에 큰 몫을 기여했다. 지상최대의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성공시킨 주인공이다. 전쟁이 끝난 후 공화당과 민주당 양쪽으로부터 우리 당 대통령 후보가 되어달라는 러브 콜을 받았다. 드문 현상이었다.

원래 공화당원이었다. 민주당을 물리치고 공화당 후보로 나서서 당선되었다. 물론 선거 전부터 압승이 예상되었다. 그만큼 인기가 높았다. 공화당원, 따라서 보수주의자였다. 미국이 잘 나가던 때였다. 사회에 충격을 주는 변화가 필요치 않았다.

대법원장에 워렌을 임명했다. 웨렌도 공화당원이었다. 서로 성품을 잘 아는 사이였다. 급격한 변혁을 가져오는 판결은 하지 않겠지 하는 믿음이 있었다. 웬 걸 기대와는 정반대. 평등권과 민권의 확립에 앞장섰다. 아이젠하워는 배신당했다고 술회했다.

공립 초등학교에서의 백인과 흑인의 분리는 위헌이라는 판결이 시작이었다. 남부지방에서 횡행하는 흑인차별에 대해 메스를 들이댔다. 흑인은 백인학교에 가지 못하고 흑인학교에서만 배운다면 그게 무슨 평등이냐 했다. 함께 가르치고 함께 배워야 평등이라 했다. 1960년대에는 기득권층의 권위에 도전하는 새로운 청년문화의 흐름도 수용했다. 여성의 평등도 인정해 나갔다. 소수민족과 유색인종의 권리가 재천명되었다. 미란다 원칙도 법의 보호의 평등이라는 관점에서 정립되었다. 워렌 대법원은 진보 그 자체였다.

당신은 묵비권이 있다. 당신의 말은 법원에서 불리한 증거로 사용될 수 있다.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다. 체포에 앞서 반드시 알려야 하는 세 가지 - 미란다 고지다.

경찰은 난리였다. 수사가 제대로 되겠느냐고 거세게 반발했다. 이 판결이 난 다음에 학자들의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다. 결과는 형사사법기관 종사자들의 우려와 예상과는 달랐다. 범죄는 통상의 증가율 이상으로 늘지 않았다. 범인의 체포와 기소에도 별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반면에 인권은 신장되었다.

피의자나 피고인의 기본권은 원칙 중의 원칙이다. 형사소송법이 걸어 온 길은 인권보호의 진화사다. 법원에서 법관이 유죄의 확정판결을 하기까지는 누구나 무죄다. 무죄추정의 원칙은 불변이자 최상의 원칙이다.

근대경찰은 태생에서부터 한계를 지니고 태어났다. 런던 경시청의 아버지라 불리는 사람은 귀족이었다. 서(Sir) 로버트 필이다. 일하는 계층(working class)으로 하여금 일하는 계층(working class)을 통제(control)하게 한다는 이념이 도사리고 있다.

1970년대까지도 뉴욕경찰은 동료를 사고로 위장하여 죽이려 들었다. 지역사회의 실세들과 결탁한 부패경찰관의 짓이었다. 손을 더럽히지 않으려는 청정경찰관을 고사시키고 추방시키곤 했다. 미국경찰의 역사는 그래서 정치로부터의 독립과 부패로부터의 절연이었다.

이를 달성하려는 방법은 프로패셔널리즘 단 하나였다. 정치의 영향력을 경찰국장의 통제력으로 대체시켰다. 전문가집단으로서의 윤리의식을 정립했다. 시민봉사의 가치를 공유케 했다. 성공했는가 절반의 성공이란 자평. 아직도 그 두 유령에게 시달리고 있다.

경찰이 화이트 칼라범죄에 약하다 한다. 기업범죄와 정치범죄는 나몰라라 외면한다. 왜 그런가 살인이나 강도나 강간을 해결하다 보니까 손이 달려서 잘 몰라서 태생의 한계 탓이다. 한데 그 흔한 절도는 왜 검거율이 저조한가 폭력에는 왜 둔감한가 머리 굴리는 수사를 잘 못한다면 손발로 하는 수사만이라도 잘 해야 한다.

안심과 안전과 안정의 보루는 경찰뿐이다. 누가 저지른 범죄든 즉각 원칙과 기본에 따라 수사해야 한다. 그래야 시민의 햇볕이 되어준다. 다그침을 받고나서 손대면 실수한다. 불필요한 외부의 영향과 개입을 자초한다. 꼴이 우습게 되었다. 독립을 외치며 허둥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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