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살아야 한다
잘 살아야 한다
  • 백인혁<원불교 충북교구장>
  • 승인 2018.02.26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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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의 숲

명절을 고향에서 보내고 돌아오는 저에게 부모님이 당부하시는 말씀은 “잘 살아야 한다”입니다. 동네 어귀를 벗어날 때까지 그 자리에 서서 떠나는 제 차를 행해 손을 흔들고 계시는 부모님을 뒤로하고 일상으로 돌아옵니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이어지는 삶 속에서도 늘 “잘살아야 한다”는 부모님 말씀이 귓전을 맴돕니다.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일까요? 어렸을 때 부모님은 제가 걷기만 잘해도 `참 잘한다', 운동회에서 달리기 꼴등을 해도 `우리 강아지 참 잘한다.' 하셨습니다. 시험을 보아 중간성적을 받아와도 `참 잘했다.'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자전거를 잘 탄다.', `운전을 잘한다.' 할 때는 그 의미가 달라집니다. 그 분야를 수월하게 능하게 할 때 잘한다고 하더라고요. 모든 사람이 각자 나름대로 잘살고 있는데 또 `잘 살아라.' 하신 말씀은 무슨 의미가 더 있을까? 아마 사고 없이 무탈하게 가정을 화목하게 이끌고 직장에서는 환영받는 직장생활을 하고 친구 간에는 사이좋게 등등 다양한 의미를 담아 그렇게 말씀해주셨겠지요.

저는 그 말씀을 생각할 때마다 “내가 높아지고자 하거든 반드시 남을 먼저 높여 주라.”라는 말씀이 같이 떠오릅니다.

살면서 누구나 자기 것은 뺏기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해 지키고, 못 뺏어 가도록 감춥니다.

세상의 모든 것이 그 가치를 발휘하고 빛이 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것들의 가치가 발휘되려면 많은 사람이 함께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즉 공유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많은 사람이 같이 보고 같이 즐기며 같이 사용할 때 가치가 더 올라가는 것입니다.

사실 나도 남이 필요로 해야 내 가치가 올라갑니다. 세상에는 희귀할수록 가치가 올라가는 것도 있기는 합니다. 세상에서 유일한 존재가 되어야 가치가 올라간다는 뜻이지요. 그런데 한걸음 만 더 들어가 보면 모든 것은 다 이 우주에서 유일한 존재입니다.

이처럼 서로 같이 사용할 때 너와 나의 삶의 가치는 더욱 빛이 납니다. 이런 삶을 살다 보면 결국 내가 죽고 싶어도 너 때문에 죽지 못하게 됩니다. 누군가를 위해 살려고 할 때 우리에게는 없던 힘도 새롭게 생겨나는 것입니다.

내가 나를 위해 살려고 할 때 조금만 힘들면 쉽게 나를 버립니다. 모두와 함께 살려고 생각하는 사람은 같이 도와주고 같이 즐기고 같이 괴로움을 이겨 나가기 때문에 서로 깊은 정이 생깁니다. 결국은 사는 이유가 다 `너 때문'이 되어 자신을 자기 맘대로 하지 않는 삶을 살게 될 것입니다.

함께 사는 모든 것은 다 한 시대 한 공간에서 같이 사는 공생의 존재입니다. 그러니 같이 합력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모든 면에서 공유, 공존, 공생해야 서로 간에 삶의 의미가 충만해지고 합력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갖추게 되는 것이며 진리를 따르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될 것입니다.

세상이 공유하는 세상으로 바뀌는데 내 것 만을 주장하고 나만 살기를 주장한다면 결국은 주위에서 버림받는 상황을 맞게 될 것입니다. 지금 세상에서 서로 개개인의 인격을 존중해주고 보호해 주는 이유는 자신만 아는 편협한 개인주의에 빠지라는 것이 아니라 낱낱이 충실하여 전체가 잘 되기를 바라기 때문일 것입니다.

모두가 어울려 같이 살 수밖에 없는 것이라면 언제라도 서로가 잘 되게 도와주고 함께하며 같이 잘 되는 전체 성공을 향해 나가야 옳을 것입니다. 그래야 상대방이 있어서 내가 행복해지고 내가 있어서 모두가 삶의 의미를 찾아, 주어진 일생을 잘 살아갈 수가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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