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中 원덩시 ‘12년 우정’ 흔들린다
천안-中 원덩시 ‘12년 우정’ 흔들린다
  • 조한필 기자
  • 승인 2014.08.10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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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위, 中 상품전시관 매각·파견 공무원 철수 권고
일각 "교감 없는 섣부른 대처 우정 금갈까 걱정된다"

시 "우호관계 변경추진"… 부서간 '엇박자 행정' 위험

천안시의 중국 우호도시와의 ‘12년 우정’이 흔들리고 있다. 시는 12년 동안 산둥성 원덩(文登)시와 우호관계를 맺어왔다. 그런데 구본영 천안시장 인수위원회가 최근 펴낸 백서에서 원덩시 천안상품전시관 매각 및 파견 공무원 철수를 권고해 변화 조짐이 일고 있다.

시는 당초 원덩시가 인접한 웨이하이(威海)시의 구(區)로 지난 3월 18일 편입되면서 우호관계 대상도시 변경을 추진했다. 5월 중순 부시장을 단장으로 한 방문단을 파견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4월 16일)가 터지고, 지방선거(6월 4일)가 이어지면서 방문이 미뤄졌다. 시가 이른 시기에 중국 우호도시 원덩시의 변화에 대처할 기회를 잃은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직 인수위는 지난달 사실상 원덩시와의 관계 청산 내용을 담은 백서를 발표했다. 원덩시에서 웨이하이시로 우호관계 ‘격상’을 추진하던 시로선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시는 2003년부터 원덩시에 천안상품전시관을 설치하고 공무원을 상호 교환 근무시키고 있다. 원덩시는 인접 웨이하이시 등을 통한 한국과의 접근성이 좋아 시 공무원 및 시의원 방문이 잦았다. 천안흥타령춤축제 등 축제 때나 시장 취임 등 중요 행사 때 서로 공무원을 파견했다. 1997년 자매도시 협약을 맺은 허베이성 스좌장(石家莊)시는 거리가 멀고 직항노선도 없어 교류가 적었던 것과 대조를 이뤘정.

하지만 인수위 백서는 상품전시관 효율성 문제와 원덩시의 구 변경을 이유로 전시관 매각 및 공무원 복귀를 시장에게 권고했다. 원덩시(구)가 우호관계 청산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조치다. 10여년 간 쌓아온 두 도시 관계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전시관 매각과 공무원 철수는 우호관계 조정에 대한 서로 간 교감이 있은 후 취해져야 한다”며 “섣불리 대처했다가 오랜 우정이 금 갈까 걱정된다”고 충고한다.

천안시는 아직 중국 측에 아무런 의사 타진도 하지 않은 상태다.

시 기획예산과 관계자는 “인수위 권고와 별도로 중국 측과의 우호관계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조만간 가시적인 결과가 나오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우호관계 조정과 달리 전시관 매각과 공무원 복귀 업무는 기업지원과 소관이다. 부서 간 ‘엇박자 행정’으로 외교적 실수가 벌어질 위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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