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상봉단 규모 늘려야
이산가족 상봉단 규모 늘려야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3.08.25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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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부국장<천안>

2010년 10월 30일부터 11월 5일 사이. 강원도 고성군 남북출입사무소를 447명의 남측 상봉단 일행이 통과했다. 이들은 두 차례에 걸쳐 북한이 마련한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에서 60여년전에 헤어진 형제, 자매 등을 만나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그로부터 20여일 후인 11월 23일 오후 2시 34분. 서해 북단의 대연평도에 포탄이 투하됐다. 민간인 1600여명이 거주하는 곳에 북한은 대구경포로 무려 170여발을 발사했다.

이 포격으로 서정우 하사 등 2명의 해병대원이 전사하고 2명의 민간인이 사망했으며, 16명의 주민이 부상을 입었다. 한국전쟁 휴전 후 북한이 대한민국 영토를 직접 타격하는 초유의 도발로 남북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불똥은 남북 이산가족들에게 튀었다. 2000년 6.15 남북 정상회담 합의에 따라 매년 거의 ‘사고 없이’ 이어져 온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이듬해부터 중단됐다.

이후 북한엔 커다란 변화가 있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11년 사망하고 김정은 현 국방위 제1위원장이 권력을 승계했다. 그러면서 세습 체제 공고를 위해 북한은 강경 모드로 일관했다. 핵실험 카드 등 위협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써먹으면서 국제 정세를 쥐고 흔들었다. 그러던 북한이 돌연 태도를 바꿨다. 국제 사회의 부정적 인식 전환과 교착 국면 타개용으로 보이는데 어쨌든 우리로선 반가운 변화다.

아쉬운 건 턱없이 작은 방문단 규모다. 남북은 이번 협상에서 이산가족 상봉단의 규모를 1차 100명, 2차 100명 등 모두 200명으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우리 정부가 1차 200명 선으로 요구했으나 북측이 준비 부족 등 이유를 내세우는 바람에 다음 달 25일에 1차, 11월 중 2차 상봉안이 그대로 관철됐다.

그런데 고작 200명이라니. 이산가족들로서는 답답하기 짝이 없다. 현재 한국적십자사에 등록된 이산가족 등록자는 12만8842명. 그러나 이중 5만5960명은 대부분 고령의 나이로 사망해 생존자는 7만2882명밖에 남지 않았다. 이들은 대부분 1950년 한국전쟁 발발 시 이산가족이 된 사람들로 대부분 70, 80세가 훌쩍 넘은 고령자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상봉단 규모가 매년 100, 200명 안팎에 불과하다면 이산가족들로서는 절망이다. 1년에 200명에게만 상봉 기회가 주어진다면 7만2000여명이 모두 상봉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무려 360년이다. 결국 전체 상봉 희망자의 5% 안쪽만 생전에 헤어진 가족을 만나 볼 수 있다는 계산이다.

기대해보는 건 북한 당국의 전향적인 사고 변화다. 어차피 북한은 이번 이산가족 상봉 허용과 개성 공단 정상화 약속으로 국제 사회와의 대화 의지를 피력했다.

게다가 24일엔 북한 최고 수뇌부의 입에서 놀랄만한 발언이 나왔다. 이날 북한군 최룡해 총정치국장은 평양에서 열린 선군절 행사에서 “우리 인민은 전쟁을 바라지 않으며 동족 상쟁을 피하고 조국을 자주적, 평화적으로 통일할 것을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모두에서는 “경제강국 건설과 인민생활 향상을 최종 목표로 하는 우리에게 평화는 더없이 귀중하다”고 강조했다.

상황에 따라 변덕이 죽 끓듯 하는 북한인지라 액면 그대로 믿기는 어렵지만, 이 정도로 평화를 소중하게 생각한다면 이산가족 협상 테이블에서 우리가 더 많은 요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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