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수리, 열흘을 기다리라니
냉장고 수리, 열흘을 기다리라니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3.08.18 21: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부국장<천안>

살림을 하는 주부들에게 여름철에 가장 중요한 가전제품은 무얼까. 그야 단연 냉장고다. TV, 선풍기, 에어컨, 다리미, 세탁기 등 다른 가전제품들도 많지만 냉장고는 음식을 상하지 않게 해주는 기능 때문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으로 자리잡았다.

이 냉장고가 없는 여름을 상상해봤는가. 그야말로 재앙이다. 여름철에 집에 있는 냉장고가 고장이 나 애를 태웠던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그런데 요즘 냉장고 고장에 대한 대기업들의 늑장 AS로 소비자들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충남 천안시에 거주하는 주부 A씨(49). 지난 14일 산지 4년 된 냉장고가 갑자기 작동을 멈추자 제품을 생산한 회사의 서비스센터에 전화를 걸어 AS를 요청했다. 그러나 돌아온 답변은 귀를 의심케 했다. 5일 후인 19일에나 AS 기사를 보내줄 수 있다는 답변이었다. 냉장고가 고장났는데 1시간이 급한데 닷새 후에나 수리할 수 있다니.

냉장고 속에 들어차 있는 음식은 어떡하라고. 다급한 마음에 더 빨리 수리해줄 수 없느냐고 물어봤으나 소용이 없었다. 안내원은 한술 더 떠 그나마 다행이라는 얘기까지 해줬다. 다른 지역은 냉장고가 고장나면 최장 열흘이나 기다리는 경우도 있다는 친절한(?) 설명까지 곁들였다.

서울에 사는 주부 B씨(40) 역시 비슷한 경험을 했다. 이달 초 냉장고가 갑자기 고장나 수리를 요청했더니 6일 후에나 수리 기사를 보내줄 수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

안내원에게 빨리 보내줄 수 없느냐고 따졌더니 “수리 기사가 부족해서 그렇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분통이 터질만하다. 냉장고는 사회 통념상 10년 정도는 고장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백색가전의 대표적인 제품. 그러나 2~3년이 채 지나지 않아 고장이 나는 경우가 허다하고 고장이 나도 제때 AS를 받지 못해 냉장고 안의 음식이 썩어버리기 일쑤다.

소비자들을 더욱 화나게 하는 건 AS가 신속하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7, 8월 여름철을 맞아 냉장고 고장으로 AS를 받으려면 보통 기다려야 하는 기간이 AS 요청 후 최소 4~5일. 그나마 AS 기사가 부족한 지역의 경우 10일 이상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소비자들, 특히 살림을 하는 주부들은 냉장고 고장시 AS가 즉시 이뤄지지 않는 것에 대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음식을 저장하는 냉장고가 여름에 고장이 났는데도 고장 신고 접수 후 10일이 지나서야 수리를 해준다니 기가막힐 따름이다.

수리 기사가 부족하다는 변명도 납득할 수가 없다. 당연히 인력을 충원해서 적기에 신속한 AS가 이뤄지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제품을 만들어 팔 때와 팔고 난 후 고객을 대하는 마음이 180도 달라지는 대기업의 행태에 소비자들은 분통이 터질 수밖에 없다.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해 제정된 소비자기본법의 허술함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법에 규정된 소비자분쟁 해결기준을 보면 가전제품 등의 고장시 사업자는 수리를 지체없이 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수리가 지체되는 불가피한 사유가 있을 때는 소비자에게 알리면 된다는 단서 조항을 달아놓았다.

인건비 아끼려고 AS 기사를 충원하지 않고 소수 인력으로 특정 제품의 고장을 수리하도록 하는 대기업의 얄팍한 상술을 사실상 허용하는 규정이다. 소비자 권익이 뒷전인 규정, 이걸 왜 못 고치고 있을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