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호 녹조댐 오명 언제 벗나
대청호 녹조댐 오명 언제 벗나
  • 엄경철 기자
  • 승인 2013.07.31 2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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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엄경철 취재1팀장<부국장>

여지없이 찾아온 대청호 조류. 조류와의 전쟁이 다시 시작됐다.

올해는 예년에 비해 발생시기가 더 빨라졌다. 금강유역환경청은 지난달 25일 대청호 추동수역에 조류주의보를 발령했다. 금강물환경연구소의 모니터링 결과 지난달 17일과 23일 클로로필-a농도와 남조류세포수가 조류주의보 기준을 초과한데 따른 것이다.

올해 조류주의보는 발령은 지난해보다 보름 빠르다. 30도를 웃도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강우량이 적은 것이 원인이라고 한다.

대청호 조류는 장마가 끝난 후 시작되는데 올해는 이례적이다. 조류는 호수 상류지역 등에서 인, 질소가 유입돼 부영양화를 일으켜 발생한다. 상류지역의 축사, 농경지가 부영양화 물질 유입의 진원지인 셈이다.

올해 장마가 길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충청지역은 예년에 비해 70~80% 수준의 비가 내렸다. 그만큼 호수로 유입되는 오염물질이 적었다는 의미도 된다.

하지만 금강유역환경청은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대청호 수온이 조류발생에 좋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남조류, 클로로필-a가 왕성하게 번식하는 25~30도를 웃도는 수온이라는 것이다.

장마가 끝난 후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면 조류는 더 심해질 수 있다. 절기(節氣)로 볼 때 처서(處暑)가 지나야 더위가 한 풀 꺾인다. 처서인 23일까지는 지금의 더위가 유지될텐데 걱정스럽다.

1~2개의 태풍도 온다고 하니 조류발생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 지난해에는 2011년의 134일을 넘기는 등 갈수록 대청호 조류발생기간이 길어지고 있다. 최근 대청호는 전국 29개 댐 가운데 조류발생일수 3년 연속 1위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는 전국 다목적·용수댐 중 유일하게 녹조가 발생했다.

이 정도면 녹조댐이라는 말을 들을만 하다.

녹조댐이 된 대청호는 조류발생 억제를 위해 많은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 조류가 발생하면 청주시, 청원군, 보은군 등 충북 남부지역 지자체, 대전시, 한국수자원공사는 차단을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다. 냄새 제거와 억제를 위해 분말활성탄 등을 집중 투입하면서 해마다 많은 사업비를 쓰고 있다. 영동, 옥천, 청원, 보은 등 대청호 상류지역 지자체는 행정력을 총동원해 대청호 부영양화 차단에 적극 나서게 된다.

그뿐인가. 환경부와 한국수자원공사는 대청호 부영양화 최소화를 위한 노력과 많은 돈을 투자하고 있다. 예방차원에서 비점오염원을 막기 위해 대청호 주변 농경지를 매입하고 있다. 대청호상류지역 축산농가 등으로부터 발생하는 오염원 차단을 위한 각종 시설투자도 해마다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대청호는 녹조댐 불명예를 벗지 못하고 있다. 댐 건설 30년이 넘은 충청지역의 식수원이자 젖줄인 대청호의 현주소다.

근본적인 대책은 정녕 없다는 것인가. 30여년 전 대청댐 건설에 따른 수상관광도시를 약속했던 정부가 이를 파기하고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묶어 충북 남부지역이 지금까지 큰 피해를 입고 있다. 그 대가를 받기는 커녕 아직도 규제라는 피해에서 벗어나지 못한채 고통받고 있다. 주민들을 옭아맨 것은 대청호 수질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철저히 피해만 당한 주민들의 희생의 대가가 녹조댐 불명예라고 하니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그래도 대청호 수역의 90%를 차지하는 충북지역을 규제할 명분이 있는지 되묻고 싶다. 30여년을 넘게 투자하고 댐주변지역 주민까지 희생시키면서도 근본적인 오염원인을 잡지 못하고 있다면 정부 정책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대청호 어부들은 수질이 과거보다 깨끗해졌다고 한다. 그런데도 부영양화가 계속된다니 환경수질당국은 처음부터 다시 짚어봐야 할 것이다. 무엇이 문제인지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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