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받은 마음까지 달래는 '사랑의 가위손'
상처받은 마음까지 달래는 '사랑의 가위손'
  • 김금란 기자
  • 승인 2006.08.23 09: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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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숙씨, 매주 火·水·木 양로원 등 방문… 이·미용 봉사
"미용실에 가끔 들러 머리손질을 다듬고 나면 앓던 이 빠진 듯 시원하고 기분이 좋았습니다. 나의 작은 손길이 병원환자들에게도 즐거움으로 전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봉사를 시작했습니다."

교보생명 청주중앙 FP지점에서 근무하는 권정숙씨(50)는 지난 1994년부터 양로원, 병원, 장애인시설 등을 찾아 이·미용봉사를 하고 있다.

매주 화·수·목요일이면 청주의료원, 충북대병원, 산남복지관, 청주종합복지관, 장애인시설 등을 찾아가는 그녀는 결혼 전 남을 위한 삶을 살고 싶어 미용자격증을 취득했다.

미용실을 운영해 물질적 풍요로움에 욕심을 낼만도 했지만, 그녀는 자신의 작은 손끝으로 어르신들을 미소짓게 하는 일이 더 보람됐다고 한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병원에 오래 입원한 환자인 경우 미용실이나 이발소를 찾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며, "내게는 별것 아닌 일도 다른이들은 큰 맘을 먹어야 가능한 일이 바로 머리손질이었다"고 말했다.

때론 봉사를 위해 찾은 병원에서 심한 가위질로 인해 생긴 어깨 통증을 치료받기도 했다는 그녀는 최근 보은노인복지관을 찾았다.

권씨는 "보은에서도 한참을 가야하는 산골을 찾은 그곳에서 한 어르신이 '여기서 살면 안되냐'고 말하는 모습이 한동안 머리속에 맴돌았다"며 "눈이 더 나빠지기 전에 더 많은 어르신들의 머리를 다듬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중학교 3학년에 재학중인 그녀의 외동딸인 은지양도 엄마와 함께 봉사를 다니고 싶다는 소망을 이루기 위해 지난 20일 미용기술자격시험을 봤다.

"기술봉사는 귀한 일이고 소중하다는 것을 딸에게도 인식시켜줬다"며 "강요하지 않아도 스스로 봉사의 길을 찾아내는 딸이 기특하다"고 그녀는 말한다. 이어 "미용실을 운영하다 그만둔 이들이 상당히 많다"며 "기술을 묻어두지 말고 봉사자로 나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23일 오후 2시 청주의료원에 가면 사랑의 가위를 쉴새 없이 놀리고 있는 그녀를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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