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원도심 ‘예술+다문화’로 풀자
천안 원도심 ‘예술+다문화’로 풀자
  • 조한필 기자
  • 승인 2013.02.20 21: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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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조한필 부국장(천안·아산)

2005년 천안시청이 불당동으로 옮겨간 후 천안역 앞 원도심 상가가 죽어가고 있다. 천안시가 옛 천안시청(현 천안동남구청사) 주위 땅을 매입해 2만2643㎡(6800평) 부지를 마련, 복합테마파크 조성을 공언했으나 공염불이 됐다. 최근까지 진행된 총 4회에 걸친 민간사업자 공모가 모두 실패했다. “사업성이 없다”며 덤비는 기업이 없다.

그 때문에 영화를 누렸던 명동거리가 고사 상황이다. 빈 상가는 점점 늘어나고 거리엔 인적이 끊기기 직전이다. 상인들은 원도심 활성화를 약속한 천안시를 원망할 기력조차 잃었다.

지난 주말 남도의 해풍을 맞고 싶어 마산을 찾았다. 사실은 술꾼들 인기가 높다는 마산의 통술거리(여러가지 안주를 저렴한 값에 제공하는 식당 밀집지역)를 경험하고 싶어서였다. 오동동의 통술 식당은 큰 감흥을 주지 못해 기름값 들인 걸 후회하는 찰나, 색다른 볼거리를 찾았다. 오동동과 연결된 마산 원도심의 ‘창동예술촌’이었다.

8개월 전 천안 원도심에 예술인거리를 만들자는 제안을 한 적이 있어 적잖이 놀랐다. 눈 감고 귀 막고 살았는지 당시 이 같은 마산의 신선한 움직임을 전혀 몰랐다.

창동 좁은 골목길에는 재밌는 벽화가 있고, 조그만 점포마다 예술가들 공방이 자리 잡았다. 그 사이사이 특색있는 음식점이 끼어있고 만화방, 고서점, 소극장, DJ가 있는 음악다방 등 감칠맛 나는 장소가 숨어 있었다.

한쪽 넓은 벽에는 지역이 배출한 문학인ㆍ예술인을 소개하는 브론즈판이 예닐곱 개 걸려 있었다. 시인 김춘수ㆍ천상병, 조각가 문신, 무용가 김해랑 등.

지난해 5월 열었다는 창동예술거리. 통합창원시(2010년 마산ㆍ창원ㆍ진해 통합)가 원도심 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의욕적으로 추진했다.

비어있는 점포 50여 곳을 시에서 20억원으로 빌려 예술인 등에게 2년간 무료로 제공한다. 지난해 초까지 전국 공모 절차를 거쳐 화가ㆍ조각가ㆍ공예가 등이 입주했다. 죽어가던 옛 번화가가 다시 빛을 내기 시작했다.

죽어가는 천안 명동거리가 떠올랐다. 우리도 이렇게 예술인들을 불러 모으면 어떨까. 지난해 초 원도심 한 상인은“시민들이 외면하는 판페스티벌에 해마다 2억원씩 쏟느니 빈 상가 빌려 예술인들 작업실로 내주는 게 어떠냐”고 했다.

그 상인은 마산의 창동 재생스토리를 알고 지푸라기라도 잡겠다는 심정을 뱉은 말일 게다. 목마른 사람이 샘을 판다고 했던가. 시가 복합테마파크 사업에만 매달리는 동안 애가 타는 건 원도심 상인들이었다.

천안도 예술인들과 연합해 돌파구를 만들어 보자. 시민과의 접점을 원하는 지역 예술인에게도 희망적인 사업임에 틀림없다. 천안은 예술인 거리에 다문화적 요소를 가미해도 좋을 듯하다. 이미 명동거리에는 외국인 근로자들을 상대로 한 옷가게가 들어서고 인도ㆍ태국 등 다국적 음식점이 자리잡고 있다. 이에 외국 근로자들이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예술과 다문화’ 크게 어긋나지 않은 조합이다. 공무원ㆍ상인ㆍ예술인 등이 모여 최고 콘셉트를 수렴해 나간다면 전국 어디서도 보기 어려운 천안만의 새 명물을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쉬운 일은 없다. 마산 창동예술촌도 예상치 못한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기대에 못 미치는 거리 활성화, 마케팅 부재, 자체 모니터링과 개선책 도출의 부재 등.

그렇지만 우리로선 부럽기만 하다. 깨어 있는 공무원, 적극적인 상인, 호응하는 시민(예술가). 이 3박자가 맞아야 원도심을 살릴 묘안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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