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경비 영수증 정산 왜 안하나
공적경비 영수증 정산 왜 안하나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3.01.27 21: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부국장(천안)

10여 년 전에 출입하던 지자체에서 있었던 실화 한 토막. 중소기업을 지원하던 부서의 수장인 A사무관에 대한 직원들의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축의금 등 개인적인 경조사비를 과(課) 업무경비로 충당했다, 개인이 쓰려고 산 선풍기 값도 과비로 대납하게 했다는 등 별별 소문이 나돌았다. 소문으로 넘어갈 정도가 아니어서 직접 취재에 나섰다. 당사자는 물론 극구부인, 소속 과 직원들도 그런 사실이 없다고 입을 닫았다. 당시 정보공개 청구제도라는 게 없어서 취재가 막혀버렸지만, 그 사무관은 몇 년 후까지 이런저런 구설에 휘말리다 다른 일-시청 발주공사와 관련된 뇌물 수수죄-로 교도소에 갔다.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흡사 그 꼴이다. 황우여 대표가 “(특정업무경비를) 콩나물 사는 데 쓰면 안되지”라고 말한 게 압권이다.

이런 상황인데도 이 후보자는 꿋꿋하다. 인사청문회에서 ‘적격 보고서’ 채택이 무산된 마당에도 주말까지 구명 운동에 나서고 있다는 소문이 들린다.

그를 둘러싼 숱한 잡음 가운데 가장 국민의 공분을 산 대목은 물론 특정업무경비, 즉 공금을 제 주머닛돈 쓰듯 한 것이다.

2006년 9월 헌법재판소 재판관으로 임명된 이후 자신의 집 인근에서 주로 주말과 공휴일에 공적인 용도로 써야 할 업무추진비를 45차례 썼다. 언론의 취재결과 돈은 대부분 식사비로 썼다. 청문회에서 이를 다그치자 업무적으로 썼다는 말만 하면서 누구랑 어떤 목적으로 식사했는지는 구체적으로 대지 못했다. 공금을 가족들과 외식비로 썼다는 의혹이 생기는 이유다.

이 밖에도 이 후보자는 가족과의 해외출장, 지방 근무 시 귀경길에 관용차 이용, 항공기 ‘좌석깡’ 등 숱한 의혹에 대해서도 제대로 해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초단기 금융상품인 MMF 계좌 투자 의혹은 그가 공금을 자신이 마음대로 써도 되는 돈으로 여겼다는 점에서 가장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개인적 투자 목적으로 돈을 굴렸다는 얘긴데 여당 의원들마저 반감을 사게 했다.

답답한 건 고위직 공무원들의 특정업무경비나 공공 보조금을 이렇게 마음대로 쓰도록 한 정부나 지자체의 회계처리 지침이다.

3년 전 실제 충남 천안에서 있었던 일인데 지자체 보조금이 투입되는 영어마을 경비를 한 대학에서 정산도 하지 않고 썼다가 말썽이 났다. 그 대학이 정산서라고 제출한 것은 A4용지 한 장 뿐. 이를테면 1년간 회식비가 1000만원, 난방비 1년치 얼마, 강의료 몇 명 분 1년치 얼마 하는 식으로 영수증 한 장 없이 정산을 한 것이다. 그런데 이를 시청은 그대로 인정해 회계 정산 처리를 해줬다. 담당 공무원들이 혼쭐이 난 건 물론이다.

지금 일선 지자체에선 단돈 100원의 민간보조금이라도 정산을 하지 않으면 인정해주지않고 국고로 환수하고 있다. 공적 업무경비로 인정되지 않을 경우 가차없이 반환하도록 하고 있다. 민간보조금에 대해 이렇게 꼼꼼하게 정산을 하는 마당에 공적경비를 이렇게 (이 후보자 사례처럼) 두루뭉술 넘어간다니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런 마당에 이 후보자는 아직도 집에서 칩거하며 기사회생을 노리고 있다. 법조계가 이 후보자를 보는 시각은 범죄자 수준이다. “공적인 돈을 개인 계좌에 넣는 순간 횡령죄가 성립된다”, “고발이 들어오면 (이 후보자를) 횡령죄로 수사할 수 있다”등. 이런 말들이 현직 판·검사들 입에서 나오는 마당인데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안쓰럽기만 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