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덕의 실크로드 견문록 < 15 >
함영덕의 실크로드 견문록 < 15 >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6.14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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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지에의 천자산(天子山)을 오르다.
▲오지봉

둘째 날 아침 7시에 일어나 만두와 국수, 죽을 곁들인 가벼운 식사를 했다. 한족 음식과는 달리 느끼하지 않아 입맛에 맞는 편이다.

8시에 숙소를 나왔다.

아침 안개가 공원입구의 거대한 암벽군상들을 감싸고 있어 마치 선경의 입구로 들어가는 기분이다. 높이 130m의 돌기둥들이 안개구름을 휘감고 구름을 찌를 듯이 고개를 쳐들고 있다.

냇가의 맑은 물과 푸른 숲들이 잠에서 깨어 아침햇살에 은밀한 속살을 드러내고 있다. 쑤이라오스먼 입구에서 10여분 걸으면 원앙계곡에 이른다. 깎아지른 듯한 암벽들이 계곡 양옆을 열병하듯 연이어 늘어서고 아열대 수목들이 가득한 계곡의 장쾌한 모습은 설악산에서 느낄 수 없는 이국적이 경관이다.

매표소 입구에서 바라보면, 암벽산 석면 벽을 타고 오르내리게 되어 있는 특이한 형태의 케이블카를 설치하여 운행하고 있다. 입구에서 승강장까지 120m의 암벽터널을 뚫어 승강장을 만들고 수직으로 된 암벽에 레일을 설치하여 케이블카를 운행하는 그 특이한 발상과 규모에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땅을 파서 호수와 산을 만들고 만리장성을 쌓는 민족의 후예다운 발상이다. 중국 대륙 여행을 하면서 느낀 점은 중국 관광은 자연보존보다는 개발수익 사업에 역점을 두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케이블카를 타면 326m의 정상까지 2분 정도 소요되며 암벽 옆에 떠 있는 기분이다(상행 53元,하행43元). 정상에는 바닥과 조경공사를 하고 있다. 산정으로 나있는 보도를 따라 걸으며 백용여유전제(百龍旅遊電悌) 매표소에 도착했다. 이곳에는 수 십대의 버스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오전 9시경 천하제일교(天下第一橋)행 봉고차에 올랐다. 오지산간 마을이 나타나고 계단식 밭과 경작하지 않는 묵밭들이 많이 띄였다. 10여분 달려 천하제일교 입구마을에 도착했다. 산기슭에서 대리석 계단을 따라 돌아 내려가면 미혼대(迷魂台)란 전망대가 나타난다. 1,000m 고지에서 내려다보는 암벽 면들과 돌기둥들을 바라보면 혼백이 어지러울 정도로 아름답다하여 붙인 이름이다.

이곳 관광의 특징은 터널을 뚫고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여 산정에 오르게 하고 차량을 동원하여 여러 군데의 경관을 관광객들로 하여금 손쉽게 감상하게 하는 방식이다. 우리와는 정반대 스타일이다. 힘들이지 않고도 돈만 내면 쉽게 아름다운 경치를 만끽할 수 있도록 배려한 개발 지향적 관광정책을 느낄 수 있다.

▲남천일루

설악산을 오르는 기분과는 다른 분위기다. 설악산은 산 전체가 수천 만 년의 풍화작용으로 이루어진 암벽 산 이라면 장자지에는 계곡이 풍화, 침식, 붕괴, 유수절삭 작용을 거친 후 기이한 봉우리와 암벽 면들이 열대림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비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계곡 위에는 토가족들이 살고 있으며 이들은 농사와 약초재배나 관광업에 종사하고 있다.

미혼대에 올라 계곡아래를 굽어보니 아득하고 오싹오싹한 전율을 느끼게 한다. 수천 길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지면 흔적이라도 남을 수 있을까. 행글라이더를 타고 내려가면 천상을 나는 기분이 아닐까하는 상상도 해 보았다. 미혼대를 돌아 내려 천하제일교에 올랐다. 서쪽 면에 펼쳐져 있는 암벽들이 마치 다리를 연결해 놓은 것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옛 부터 천하제일교 양옆에는 두 개의 봉을 연결하는 다리의 난간 줄이 있어 이곳에 열쇠를 잠그어 놓고 1년이 지난 후에 열어보아 열리면 99세까지 산다는 전설이 있다. 지금도 전설을 입증이나 하듯 수백 개의 자물쇠가 난간 줄에 빼곡히 걸려 있다. 10m 정도 되는 천하제일교 입구에는 돈을 받고(20元) 관광객이 원하는 이름이나 글씨를 새겨 넣어 주고 훗날 다시 방문하여 열어볼 수 있도록 장사하는 토가족 아저씨가 있다. 전설을 판다는 것은 중국인들만이 할 수 있는 특유의 상술인 것 같다.

암벽 산봉과 산봉우리사이가 허공에서 구름다리처럼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천하제일교 아래 뻥 뚫린 공간으로 보이는 맞은편 계곡의 돌기둥과 암벽사이에 솟아있는 나무들이 어울려 선경을 이루고 있다. 다리 끝에는 끝이 안 보이는 까마득한 낭떠러지가 전율과 경탄을 자아내게 한다. 천하제일교를 가장 잘 찍을 수 있는 장소에 철사다리를 세워놓고 1컷 찍는 데 1위안씩 받고 있다. 중국인들의 상술은 역시 탁월하다.

산간 암벽 벽지 마을 뒤에는 작은 촌락이 있고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천하제일교 입구에서 출발하여 국영 장자지에 관리처에 도착하였다. 음식점과 주민들이 음료수를 파는 작은 버스정류장에서 차를 갈아탔는데 어찌나 고물차였는지 얕은 언덕길을 오르다 시동이 꺼지는가 하면 다시 시동을 걸다 문짝마저 벗겨질 뻔 하였다.

오전 10시 반경 고원의 굽은 언덕길을 돌아 30분쯤 지나 천자산 주차장에 도착하였다. 토가족 마을의 숲길과 완만한 도로와 잔디와 꽃으로 조성한 가룡공원(加龍公園)이 나타났다. 모택동을 비롯한 근대 중국사에 나타난 10대 인물가운데 하나로 추앙받고 있는 이 지역출신 인물을 기리기 위한 공원이다.

가룡의 커다란 동상을 지나 천자각(天子閣)으로 향했다. 천자각에 이르기 전 좌측 선녀산화(仙女散花)에 이르렀다. 탑처럼 쌓아놓은 것 같은 거대한 석벽기둥과 사람의 모습을 한 기암괴석들, 깎아지른 석벽 위에 아슬아슬 올려 쌓은 듯한 바위들, 얼굴을 마주보고 서있는 것 같은 다정한 쌍봉, 천상의 선녀들이 몸에 푸른 숲을 두르고 계곡으로 내려와 아름다운 자태를 보여주는 것 같은 황홀한 전경이 펼쳐진다.

우측으로 어필봉 전경이 시야에 들어왔다. 자로 잰 듯한 암벽 산들이 양옆으로 갈라져 거대한 계곡을 펼치고 두부모 자른 듯한 석벽을 수백 미터 쌓은 것 같은 암벽군락들이 울창한 수목을 두르고 하늘을 찌르고 있다. 붓끝처럼 뾰족하고 첨탑처럼 날카로운 돌기둥들이 계곡 가운데 수많은 군상을 이루어 하늘에 아름다운 그림이나 글씨를 휘갈길 것 같은 기상이다.

바람이 불면 쓰러질 것 같은 네모진 돌기둥 틈 사이에서 뿌리를 내린 소나무들을 보면 자연의 위대한 생명력이 온 몸으로 전해진다. 비 한 방울 스밀 수 없는 저 암벽 틈새에 뿌리를 내리고 수천 수억 년을 생멸하는 자연의 숨소리에 호흡이 정지되고 경건해진다.

천자각을 오르며 사방을 둘러보는 전경은 신선들이 사는 푸른 계곡 숲을 거닐고 있는 착각마저 들게 한다. 천자산 자연보호구역은 설악산의 공룡능선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6층 천자각에 올라 주변을 바라보면 계곡마다 다양하고 신비로운 형상의 석주들을 형형색색 구비하여 보이지 않은 하늘의 손길로 박아놓은 것 같다.

누각을 내려오면 마도로스 담배 파이프를 입에 물고 고향을 굽어보는 가룡(加龍)의 동상과 조그만 정자를 지나 계곡아래 계단을 내려가면 관망대가 나타난다. 운해가 낄 때면 바다같이 보여 서해(西海)라 부르는 계곡이다. 그림 속에 노닌다는 화중유(畵中遊)란 글씨가 암각 되어있다. 주봉이 높이 솟아 천차만별하고 수풀이 무성하여 봉해(峰海)와 임해(林海)라고도 부르며 마치 한 폭의 선경산수화(仙景山水畵)를 옮겨놓은 것 같다. / 함영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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