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덕의 실크로드 견문록 < 22 >
함영덕의 실크로드 견문록 < 22 >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6.14 17: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스마 전설이 서린 小石林 )
▲거인장수들의 돌칼들을 모아 대지위에 꽂아 놓은 것 같은 소석림 전경

연못가를 돌아 동글동글한 작은 돌과 향나무 숲이 있는 완만한 산길을 따라 나섰다. 이상한 나라에서 꿈을 꾸는 것 같은 미로에서 탈출하여 세상 밖으로 나온 기분이었다.

2시간 정도의 대석림(大石林) 코스를 마치고 소석림(小石林) 코스로 접어들었다. 작은 돌들이 풀숲에 고요히 누워 있다. 2차선 도로를 따라 우측으로 돌면 작은 바위들이 촘촘하게 군락을 이루어 커다란 언덕을 에워싸고 있다. 고대의 산수화 한 폭을 연상시키는 고안화(古岸畵) 언덕이다.

이곳에서 2차선 도로 폭 정도의 돌길을 따라 두우장(斗牛場)이란 푯말을 향해 걸었다. 돌길을 따라 걷노라면 길 양편으로 향나무 가로수와 소나무들, 이름 모를 열대의 꽃과 새들, 갖가지 나비들이 날아다니는 한적하고 고즈녁한 낙원과 같은 느낌이 든다.

대석림 지역은 단체여행객들로 인해 인산인해를 이루는 시장터 같다면 소석림 지역은 시장터에서 벗어나 시골 들판 길을 걷는 듯 한가롭다. 길옆 좌우로 펼쳐지는 돌밭사이로 오고 가는 관광객이 거의 없어 호젓한 분위기를 만끽 하기는 그만이다. 오른쪽으로 난 모자가 함께 나들이한다는 코스로 들어섰다.

소석림에는 바위언덕이나 돌들이 군집하여 있으며 다양한 이름을 붙여놓는 것이 특징이다. 주변에 논과 옥수수 밭이 펼쳐지고 돌무더기와 연못가에 앉아 있는 토담집이 나타났다. 옥수수 밭을 지나가는 농부의 뒷모습이 돌밭 사이로 사라지고 있다.

부근에 정자가 있어 올랐다. 인도네시아인과 홍콩거주 한국인 교포를 만났다. 정자 주변에 못이 두 개나 있어 매우 시원했다. 모처럼 만난 한국 교포라 그동안 지내온 여행지에 대한 얘기를 나누었다.

석림에는 대석림, 소석림, 외석림(外石林)과 지하석림 등이 있다. 소석림도 볼거리가 많아 2시간 정도 소요되었다. 정자에 앉아 소석림에 얽힌 아스마(阿詩瑪) 전설을 떠올리니 가슴이 에이어 왔다.

옛날 옛적에 아져띠(阿着底.아착저)라는 곳에 가난한 가정에 매우 아름다운 여자아이가 태어났다.“금과 같이 빛난다”하여 아스마라 이름을 지었다 한다. 같은 곳에 아헤이(阿黑.아흑)라는 용감하고 지혜로운 사니족 청년이 살고 있었다.

횃불놀이를 하는 휘바지에(火把節.화파절) 때에 아스마와 아헤이는 운명적인 만남을 가지게 되었고 곧 결혼을 약속한 사이가 되었다. 어느 장날 아스마는 그 동네 재력가인 러푸바라(熱布巴.열포파)의 아들인 아즈(阿支.아지)의 눈에 들게 되었다. 그는 아스마를 아내로 맞이하려고 중매쟁이를 보냈으나 아스마는 단호히 거절하고 말았다. 아즈의 아버지 러푸바라는 청혼을 거절당한 것으로 인해 몹시 분노하게 되었다.

가을이 되어 양들은 먹을 것이 부족하여 아헤이는 양 떼를 이끌고 먼 남쪽 지방으로 잠시 이별을 해야 했다. 러푸바라는 사람을 시켜 아스마를 납치하고 회유와 협박을 하였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였다. 채찍으로 몹시 그녀를 때리고는 감옥에 집어넣었다. 양을 치던 아헤이는 아져띠로부터 온 어떤 사람에게서 아스마에 대한 소식을 듣고 밤새도록 말을 몰아 러푸바라 집에 도착하였다.

이 사실은 안 아들 아즈는 문을 굳게 닫고 서로 노래시합을 하여 아헤이가 이기면 철문을 열고 아스마를 놓아주기로 제안하였다. 3일 낮 3일 밤을 노래하여 결국 아헤이의 승리로 돌아갔다. 그러나 아즈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아헤이는 참을 수 없어 아즈의 집을 향해 집 대문과 집 기둥, 집안에 있는 탁자에 각각 한 발씩 3발의 활을 쏘았다. 놀란 러푸바라는 옥문을 열고 아스마를 놓아주었다.

러푸바라는 어쩔 수 없이 놓아 주었지만 분노를 삭이지 못해 한 가지 계책을 꾸몄다. 아헤이와 아스마가 집으로 돌아가려면 12개의 강을 건너야 하는데 둘이서 강을 건널 때 강 상류의 저수지를 터트려 홍수를 만나도록 만들었다. 강을 건널 때 노도와 같은 급류가 몰려와 아스마가 물살에 휩쓸려 떠내려가 찾을 수가 없었다. 아헤이는 아스마의 이름을 부르며 강가를 헤매었지만 이미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은 돌기둥으로 변해 있었다 한다.

아름답고 귀여운 연못가 석주를 보면서 나시족 처녀 아스마의 아름답고 고고한 품격을 되새겨 보았다. 돌로 변한 수 천 수만의 아스마를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아 가슴이 뜨거워졌다. 아스마의 슬픈 전설을 생각하며 잠시 묵상을 했다. 아스마여! 아스마여! 영원한 것은 마음에 있나니 빛나는 햇살로 부활의 노래를 부르리라!

되도록이면 단체 관광객들이 모인 곳을 피해 조용한 코스를 돌아 입구로 나왔다. 입구 광장스타디움에서 2시부터 야외공연이 시작되었다. 경쾌하고 정감이 담긴 선율과 남여 무희들의 의상과 춤 솜씨들이 흥겨운 분위기를 돋우고 있다. 표주박 모양에다 짧은 피리대를 연결하여 불어대는 전통악기의 음조가 애절하여 가슴 깊이 울려 퍼지고 있다. 빨강, 파랑, 노랑색 등 원색적이고 육감적인 화려한 전통의상과 밝고 경쾌하고 정열적인 몸놀림은 가뭄에 단비를 내리듯 여정에 치친 마음을 눈 녹 듯 풀어주고 있다.

스린 입구에서 나시족 아주머니가 모는 마차에 탔다. 열차 출발 시간까지 1시간 정도 여유가 있어서 천천히 스린 주변을 감상하기로 하였다. 길가엔 코스모스와 갖가지 꽃들이 피어있다. 딸랑거리는 말발굽 소리를 가르며 마차는 달리고 있다. 마부 아주머니가 특이한 돌들이 나타나면 무어라 열심히 설명하는데 알아들을 수가 없다. 40여 분간 마차를 타고 달려보니 전혀 색다른 맛이다.

태초에 바다였다 땅이 융기하여 석회암 층이 드러난 스린에 수억 년 비바람과 강물이 빚어낸 눈부신 신의 손길을 바라보면서 아쉬운 작별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350㎢의 광활한 지역에 형성된 카르스트 지형의 하나인 스린의 석주들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독특한 경관을 갖추고 있다.

금강산 만물상에 올랐을 때 수천의 기암괴석 석주들이 하늘을 향해 화려하고 경쾌한 몸짓으로 희디 흰 비단결 같은 속살을 드러내 눈이 부셨다.

만물상의 현란한 자태에 잠시 눈을 감고 천상의 음성을 듣는 듯 잔잔하고 고요한 감동이 가슴 밑바닥에서 올라오는 소리를 들었다. 스린(石林)의 잿빛 돌기둥들은 땅위에 거대한 석회암 돌 칼날을 세우고 숲을 이루듯 군집해 있어 경외감과 기이함을 자아내게 한다.

규모는 작지만 금강산 만물상이 현란한 화강암 돌로 천상의 여인들을 빚어 하늘의 꽃밭을 만들었다면 스린의 돌기둥들은 지상에 가장 힘센 괴력의 거인장수들의 돌칼들을 모아 대지위에 꽂아 놓았다고 표현하고 싶다.

금강산 만물상이 눈부신 여인이라면 스린은 거인국 장수의 칼집을 지상에 열병시켜 놓은 것 같은 웅장한 기상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