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 <3>
궁보무사 <3>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1.03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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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궁둥이 소년.
그러나 사람들이 이렇게 수군거리며 말을 많이 하다보면 항상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그와 은근히 연관되어진 걸쭉한 육담이었다.

“그런데, 내가 아무리 생각해 봐도 한가지 되게 궁금한 점이 있어라우. 저런 애가 나중에 장가를 가게 되면 그 색시되는 여자는 대체 어쩔것이여?”

“오호! 정말 그러네. 저런 집채만한 남자가 올라타면 밑에 깔린 색시는 그냥 찍소리도 못낸 채 깔려죽고 말텐데…….”

“아니, 이 사람아! 저런 통돼지만한 남자를 자기 배 위에 곱게 올라가도록 놔두는 여자가 세상에 어디 있다냐? 아예 죽기를 작정했다면 몰라도……”

“아 뭔 그따위 걱정들을 다하나? 여자가 남자 배위로 말 타듯이 대신 올라가면 될 것을…….”

“아 참! 그렇구만…….”

“그래도 항상 조심을 해야할 것이여. 둘이 곤히 함께 자다가보면 여자가 쥐도 새도 모르게 아래로 깔려버릴는지도 알 수 없는 일 아녀.”

어쨌든 거인 궁둥이 소년에 대한 소문은 발빠르게 점점 널리 퍼져나가서 마침내 낭성골 일대는 물론 한벌읍성을 다스리고 있는 성주(城主)의 귀에도 들어가게 되었다.

‘도대체 얼마나 크고 대단한 놈이기에 그러는가? 정말로 몸집이 크고 힘이 센 놈이라면 마땅히 내 수하로 거두어야지.’

올해로 마흔 고개를 갓 넘긴 한벌읍 성주는 즉시 부하들을 보내어 키가 크고 힘이 세다는 궁둥이 소년을 자기 앞으로 데려오도록 하였다.

한벌읍 성주가 보낸 사람들은 낭성골에 있는 궁둥이네 집을 물어물어 찾아갔다. 그리고 궁둥이와 그 가족들을 이리저리 타이르고 구슬려서 궁둥이를 한벌읍성으로 데려가고자 무진 애를 썼다. 그러나 궁둥이는 완강히 거절하였다. 궁둥이 자신은 이곳 낭성골에서 어머니랑 형제들이랑 그리고 조카들이랑 평생 농사나 지으면서 살아가겠노라고 고집을 부리는 거였다. 그러나 찾아온 사람들이 만약에 궁둥이가 한벌 성주 밑으로 들어가 일을 하게 되면 1년에 소금 두말씩 줄거라는 말을 건네자 궁둥이와 그의 가족들은 대번에 두 눈이 휘둥그렇게 떠졌다.

이런 외진 산골 동네에선 1년에 소금 두어 되 조차 구경하기 힘이 들고 아예 사기도 어려운 판인데 자그마치 소금 두말을 주겠다니…….

게다가 한벌성 안으로 들어가게 되면 그곳에서 서쪽으로 조금 떨어져 있는 오송이라는 마을에도 찾아갈 수 있을 거라는 말에 궁둥이의 귀가 갑자기 솔깃해졌다. 오송이라는 곳은 굉장히 커다란 소나무 다섯 그루가 있는 동네라고 하던데, 궁둥이의 누나가 진작 그곳에 시집을 가 살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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