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축구=충북
여자축구=충북
  • 문종극 기자
  • 승인 2011.03.20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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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문종극 <편집국장>

축구는 남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여자들도 축구를 한다. 참으로 재미있다. 아기자기하면서도 파워풀한 여자축구가 팬들의 사랑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한국에서는 지난해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인기는 A매치에서나 가능하다. 그 외의 게임에서는 아니다. 여자축구계의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네덜란드 한 아마추어여자축구단이 묘안을 내놓기도 했다.


2009년 네덜란드 우덴(Uden) 지방의 '드 락트(FC de Rakt)'라는 아마추어여자축구클럽팀의 인기가 상한가를 쳤다. 비결은 국제공식대회에선 금기시하는 미니스커트 유니폼을 택한 것이다.

이는 네덜란드에서 여자 축구에 대한 관심이 붐을 일으키지 못하자 선수들이 직접 짜낸 아이디어였다. 이들의 아이디어는 처음엔 네덜란드 축구협회(KNVB)와 FIFA(국제축구연맹)에 의해 제지당했다. 규정상 축구장에선 '셔츠와 반바지'를 입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드 락트 여자선수들은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미니스커트 허용을 요구했고 네덜란드축구협회가 여자축구 활성화라는 아이디어에 끌려 마침내 승인을 했다. 다만 '치마 안에 속바지를 입는다'는 단서와 함께였다.

FIFA도 "FIFA 주관 공식대회가 아니라면 해당 국가 축구협회에 결정을 맡기겠다"는 입장으로 이를 묵인했다. 인기는 예상외로 폭발적이었다. 하루 100여 명에 불과하던 팀 홈페이지 방문자 수가 수천 명으로 늘었고, 전국 각지에서 기자들이 몰려드는 등 드 락트는 졸지에 인기 구단이 됐다.

하지만 미니스커트로 바꿔 입은 후에도 드 락트의 성적은 11전11패로 신통치 않았다. 미니스커트로 얻은 인기가 거품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구단 측은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여자축구계의 끝나지 않은 고민거리를 웅변해 주는 사례다.

여자축구의 역사가 그리 짧은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인기는 여전히 남자축구만 못하다는 것이 고민거리다.

여자축구의 최초 공식경기는 18세기 스코틀랜드에서 기혼여자팀과 미혼여자팀의 경기다. 최초의 국제경기는 1920년 잉글랜드에서 열린 프랑스 대 잉글랜드 경기로 1만여명이 입장하는 대성황을 이뤘다.

이후 여자축구의 인기가 시들해졌다. 그러다가 1990년대부터 각종 국제대회가 개최되면서 다시 인기를 얻기 시작했지만, 그 정도는 여전히 남자축구에 가려져 있다. 1991년 제1회 '월드컵여자축구대회, 1996년 미국 애틀랜타 올림픽에 이어 아시안게임에서는 1990년 베이징대회 때부터 정식종목이 됐다.

이 같은 세계 흐름 속에 우리나라는 1949년 6월28~29일 이틀간 서울운동장(동대문운동장)에서 열린 전국여자체육대회에서 첫선을 보였다. 그 후 사라졌다가 1990년 베이징 아시아경기대회에 처음 참가했다. 이후 2001년 대한축구협회 산하 한국여자축구연맹이 출범했다.

이런 한국의 여자축구는 지난해 황금기를 맞는다. 20세 이하 여자월드컵 3위, 여자축구 대표팀의 아시안게임 동메달 획득 등은 한국축구가 2002년 월드컵 4강에 이어 또다시 축구붐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했다.

이처럼 국민들의 눈을 사로잡기 시작한 여자축구가 올해 충북에서 한 단계 높은 인기몰이에 나선다.

충북을 연고지로 하는 스포츠토토 여자축구단이 창단된 데 이어 여자축구 실업 연중리그인 'IBK 기업은행 2011 WK리그(Women's Ko rea Football League)' 전이 21일 보은공설운동장에서 개최된다. 개막전과 함께 전반기 21게임이 펼쳐지는 보은의 WK리그전은 충북이 한국 여자축구의 메카로 우뚝 설 절호의 기회일 수 있다. 미니스커트 유니폼보다는 실력으로 팬들의 사랑을 사로잡겠다는 한국 여자축구의 큰 잔치. 오늘 저녁 7시 보은공설운동장으로 충북도민들의 사랑을 보내자. 여자축구는 충북이라는 등식이 성립되는 날로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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