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내 아이 이레에게
사랑하는 내 아이 이레에게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11.09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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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생명에게 보내는 사랑의 편지' 대상작
충청북도여성단체협의회(회장 오수희)는 저출산 극복과 출산 친화적인 사회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새 생명에게 보내는 사랑의 편지'를 공모했다. 21편의 수상작 중 대상인 사랑상에 최영진씨의 편지를 소개한다.

뱃속에 있는 너에게 편지 쓰는 것이 어렵지만 이 글을 네가 중학교 정도의 나이가 되었을 때 본다고 생각하고 쓰도록 할게.

아빠가 대장암 수술 후 너의 누나가 태어났단다. 이레의 누나의 웃음은 아빠의 어떤 약보다도 더 귀한 보약이 되었어. 아빠는 수술을 하고 암세포를 죽이는 항암주사라는 것을 6개월 동안 맞게 되었단다. 6개월 후에 의사선생님께서 둘째 아이를 가지려면 2년은 지나셔야 됩니다라고 하더구나. 정말 거짓말같이 2년 뒤에 이레라는 선물을 받게 되었다.

누나는 엄마를 닮았고 너는 아빠를 닯았으니 이제 든든한 후원군이 생긴 거 같구나. 아빠는 항상 기도한다. 수많은 사람 중에서 가족이라는 인연으로 만난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니기에 더 더욱 소중한 존재로 살아가게 해 달라고 말이야.

집을 장만해서 시간이 지나면 집안살림이 쌓이듯이 인생도 살다보면 더 많은 일들이 쌓이더구나. 좋은 일, 나쁜 일, 웃을 일, 울 일, 가슴아파할 일, 안타까운 일. 우리 이레도 언젠가는 나이가 들면서 힘든 일을 겪게 될 수도 있지만 그것은 너를 연단하는 과정이라 생각하고 즐길 줄 아는 멋진 아들이 되길 바란다. 이제 네가 중학생이 되었을 쯤이면 세상 참 말세구나라는 말을 더 많이 듣게 되겠다. 아빠는 험한 세상에서 사랑을 받기만 하는 아들보다는 남에게 더 사랑을 베풀 줄 아는 넓은 마음의 소유자가 되었으면 좋겠다.

엄마 뱃속에 있을 때 이레의 머리(뇌)에 물이 차서 엄마가 마음고생이 심했단다. 다행히 지난번 검사에서 정상으로 돌아와서 무척 기뻤고, 이레가 건강하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엄마 뱃속에 있을 때 많은 관심을 받으려고 이레가 그랬나 보다. 그 관심이 이레의 마음속의 넓은 사랑이 되길 기도할게.

중학생이 되었을 너에게 너무 어려운 말인 줄은 알지만 아빠가 인생의 선배로서 해 주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 그렇구나 하고 이해해 주길 바랄게.

네가 이 글을 읽고 빙그레 웃을 날이 올 때쯤이면 아빠도 어느덧 중년의 아저씨가 되겠구나. 그때 아빠도 아빠의 얼굴에 책임을 질 수 있는 멋진 아빠가 될 테니 우리 이레도 건강하고 늠름한 사랑많은 청소년이 되어있길 다시 한 번 기도할게. 사랑한다.

세상에 나와서 아빠, 엄마와 눈 맞추던 그 모습을 항상 간직하고픈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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