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공동체 씨앗 뿌리다
마을공동체 씨앗 뿌리다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0.07.06 2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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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산 이평리에 둥지 튼 한승수 작가
30세때 돌연 사표… 유럽 여행후 삶 방향 전환

책 출간·작은 도서관 운영 등 작은 행복 실현

충북 괴산 청천 이평리의 농촌마을에서 목수인 남편과 2살된 딸 나린이와 살고 있는 한승주씨(37). 화장기 없는 얼굴에 헐렁한 티셔츠를 걸치고 반겨주는 모습이 영락없는 시골 새댁이다.

수수하고 평범해 보이지만 그녀가 농촌에 뿌리내리기까지의 삶을 들여다 보면 결코 평범하지 않다.

지난 5월 '허니문 히말라야'를 출간하며 작가로 데뷔했는가 하면, 남다른 그림 감각으로 육아와 공동체 관련 동화책을 구상하고 있다. 또 귀농가족들과 함께 '솔멩이골 작은도서관'을 운영하고, 마을 주민들과 천연염색과 바느질 등 배움의 길도 열어가고 있다.

공동체 마을로의 꿈을 차근차근 실현해 나가고 있는 그녀가 이평리에 터전을 잡은 것은 불과 3년 전이다. 도시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다 7년전 갑자기 사표를 던지고 배낭을 메지 않았다면, 지금도 직장여성으로 현실과 싸우며 살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도시에서 살면서 늘 나를 찾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나를 위한 선물로 직장을 다니면서 여행자금을 마련했습니다. 서른이 되었을 때 미련없이 사표를 내고 유럽과 동남아를 돌며 여행했어요."

서른에 시작한 배낭여행은 지금과는 전혀 다른 세계로 안내하며 삶에 대한 자세를 달리하게 했다. 여행의 갈증은 그녀를 평범한 일상을 거부하고 무조건 떠나게 만들었다. 그리고 8개월 동안의 히말라야 여행은 도시민으로 살던 그녀를 자연인으로 살아가게 만들었다.

"히말라야 산맥을 중심에 두고 네팔, 인도, 티베트, 파키스탄 등을 여행하는 동안 그곳의 자연과 사람들에 흠뻑 반했어요. 순박한 사람들과 만나며 커리어우먼의 꿈을 접었습니다. 숨막히게 돌아가는 도시보다 자연을 접할 수 있는 시골에 있는 것이 행복했어요."

나이 서른에 참다운 삶의 길을 찾은 그녀는 이후 새만금살리기 운동을 하다 목수인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집안의 반대가 있었지만 3년전 결혼과 함께 속리산과 가까운 이평리에 정착했다.

"전원생활이 좋았지만 시골 생활에 적응하기 힘들었어요. 경제적인 거야 적게 먹고 적게 쓰면 된다지만, 육아 문제만큼은 고민이 되더라고요. 지난해부터 귀농인구가 늘면서 함께 아이 교육을 고민하는 엄마들이 생겼습니다. 엄마들이 돌아가면서 아이들을 위한 도서관을 운영하는 등 공동체생활이 조금씩 자리잡혀가고 있습니다."

뜻과 마음이 맞는 이웃이지만 그래도 풀어야 할 숙제는 산적해 있다. 체계적인 어린이도서관 운영이나 육아를 위한 프로그램 등은 앞으로 귀농가족들이 머리를 맞대야 할 부분이다.

"이웃간 다른 의견이 있지만 아이들을 위한 고민을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는 한승주씨. 그녀의 수줍은 미소가 푸릇한 들녘과 어우러져 특별한 행복으로 채색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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