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우 감독 '클래식 에로' 전범 제시했다
김대우 감독 '클래식 에로' 전범 제시했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6.14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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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 작가 출신 김대우(48)는 일찌감치 ‘야한 감독’의 싹을 보였다. 영화 ‘스캔들: 조선남녀상열지사’(2003) 극본, 영화 ‘음란서생’(2006) 연출을 거쳐 새 영화 ‘방자전’에 이르른 김 감독은 기어코 농익은 과실을 따내고야 말았다.

‘야한 감독’이라는 꼬리표를 평생 뗄 수 없을 지경으로 색깔이 선명해졌다.

“(야한 감독이라는 호칭의) 이면에 어느 정도 유머도 섞여 있는 것 같고, 악의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그래서 크게 불만은 없어요”라며 웃어넘긴다. “억울한 부분이 있다면 다음 영화에서 그 생각을 전복하면 되는 거고요. 하하하.”

2일 개봉한 ‘방자전’은 13일 영화진흥위원회 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 140만명을 넘어섰다. “어두운 의견이 있어도 그렇게 귀담아 듣고 걱정하는 편은 아니에요”라면서 “물론 ‘터진다’라는 생각은 아니었지만 ‘외면받으면 어쩌지’하는 공포감도 덜했어요”라며 스스로를 믿었다.

영화를 만들면서 김 감독은 하나만 고수한다. “제 좌우명의 1원칙은 어쨌든 관객에게 외면받지 말자, 2원칙은 1원칙을 잊지 말자에요. 이야기를 하면서 외면받지 않기 위해 제가 가진 능력을 총동원하는 거죠.”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지만, 아무나 지킬 수 있는 다짐은 아니다.

이렇게 온몸으로 작업하다보니 시나리오를 빨리 쓰지 못한다. “3~4년 정도 제 인생을 투자하는 거잖아요. 스무살이라면 모르겠는데 그건 아니니깐 몇 번 하지 못하니 가치 있는 것에 투자하고 싶어요.”

‘방자전’은 역설적 의도로 ‘춘향전’을 다시 봤다. ‘춘향을 사랑했던 방자(김주혁·38)에 의해 꾸며진 거짓이야기가 바로 춘향전’이라는 상상에서 출발했다. 유머와 섹시 코드를 신나게 버무렸다. 방자가 춘향을 유혹하려고 마노인(오달수·42)에게 배우는 4가지 기술이 영화를 보는 재미를 배가한다.

“처음 제가 시나리오를 쓸 때 끄적거린 기술은 열 개에요.” 5가지가 시나리오에서 빠졌고, 마지막 촬영 순간에 또 하나가 빠졌다. “방자가 옥에 갇혔을 때 마노인이 한 수 또 가르쳐주죠. 춘향이의 귀에 대고 ‘아무거나 외국어처럼 속삭여봐라. 그러면 뭔가 좀 있어보일 것’이라고 설명하는 부분이지요”. 매우 중요한 장면이라고 확신했건만, 그렇게 처리하면 안 된다는 반대를 이기지 못한 채 결국 마지못해 빼버린 아픔이 크다.

방자는 주인공으로 컸지만, 향단(류현경·27)은 동격이 못 됐다. 김 감독은 “수많은 사극이 나오고 춘향전도 많이 나왔지만 하녀가 슬프다라고 말한 적은 없잖아요”라면서 “아쉽다기보다는 향단이 처음으로 그런 얘기하는 것을 들어보는 것으로 만족해요”라며 메인 스트림에 집중하라고 강요한다.

서운하기로 따지자면 춘향의 엄마 월매(김성령·43)다. “월매를 3대 색보 계보를 상대해보는 사람으로 그리고 싶었어요. 장판봉과 마노인, 방자와도 관계를 맺고 상처를 입어온 인물로 말이죠. 하지만 그러면 월매 비중이 너무 커지는 것 같아서 편집됐죠.” 월매는 전체 124분 가운데 시나리오상 4~5분, 촬영에서 2~3분이 삭제됐다.

조연 중 최고 캐릭터를 꼽으라면 ‘변태’ 변학도를 연기한 송새벽(31)이다. “배우가 잘해야 감독이 재능을 발휘하는 것 같다”며 “봉준호 감독이 영화로 송새벽을 탄생시켰다면, 제가 데리고 유치원 가기 전까지 키운거죠. 거대한 배우 발굴팀의 일원이 됐네요”라고 웃는다.

송새벽 대사에는 애드리브가 없다. 말이 아닌 소리라도 애드리브라면 펄쩍 뛴다는 그다. 깐깐하고 엄격한 스타일인가. “그렇지는 않은데 배우들이 제가 원하지 않는 것을 하려면 정말 저를 만족시켜줘야 해요. ‘이거보다 더 좋은 게 있어?’라고 질문하는 편인 것 같긴 해요. 애드리브는 표가 나거든요. 호흡이 다르다고 할까요.”

베드신도 절대 빼놓을 수 없다. 데뷔 10년차 배우 조여정(29)을 ‘저 배우가 저렇게 예뻤어?’라며 괄목상대하게 만든 장면이다. “노출신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기세에요. 살이 닿는 상대, 둘을 둘러싼 스태프들, 멀리 스크린에서 둘을 바라보는 관객에게 보여지는 배우의 기세가 베드신의 처음이자 끝인 것 같아요”라는 이론과 실제다.

“사실 저에게도 이런 베드신 연출은 처음이에요. 음란서생 때도 노출이 있었지만 이런 기세는 처음이지요. 기세를 가질 수 있는 배우를 만나야 하는데, 홑이불 덮고 베드신이라고 하면 그게 이불놀이지 베드신은 아니잖아요. 여배우와 저 또한 모든 것을 다 바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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