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적끈적하고 찬란하다, 고급 관음증 '하녀'
끈적끈적하고 찬란하다, 고급 관음증 '하녀'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5.05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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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하녀’(감독 임상수)는 ‘망(望)’ 컬렉션이다. 소망, 희망하면서 실망, 욕망, 절망을 드러낸다. 이러한 망들의 교묘한 결합이 바로 ‘하녀’다.

‘하녀’는 은이(전도연·37), 훈(이정재·37), 병식(윤여정·63), 해라(서우·25), 네 남녀의 희망과 욕망을 두루 담았다. 특히, 은이의 욕망과 절망은 관객의 마음을 몹시 뒤흔든다. 지나치게 친절한 남자 훈에게 끌리는 그녀는 욕망에 솔직한 여성일 뿐이다. 그녀의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는 순간이 더욱 가슴 아픈 이유다.

이혼 후 식당에서 일을 하던 은이는 최상류층 대저택의 하녀로 들어간다. 그때까지는 소망과 희망을 품고 있다. 하지만 이 소망과 희망은 주인집 남자 훈에 의해 이내 박살난다. 가족 별장여행에 동행한 은이는 자신의 방을 찾아 온 훈의 유혹에 넘어가 육체관계를 맺고만다.

영화는 관계의 연속이다. 이야기의 시작이자 끝을 지배하는 은이와 훈의 육체관계에서부터 집안의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늙은 하녀 병식과의 정신적 관계, 훈의 아내 해라와의 대결적 관계, 은이와 훈의 딸과의 애틋하고 사랑스러운 관계들을 고루 엿본다.

은이와 주인집 딸 사이는 훈이 일깨운 은이의 욕망과 그에 따른 상처를 치유할 희망을 지니게 만드는 중요한 열쇠다. 좌절한 그녀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제시하는 가늠자 구실이라 할 수도 있다. 그래도 해피 엔딩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강한 남자는 권력이요, 하녀는 말그대로 하녀일 따름이다.

전도연은 자신의 연기 스펙트럼이 얼마나 넓은지 새삼 과시했다. 순박한 여인, 욕망에 지배당한 여성, 미쳐버린 듯 훈에게 엷은 미소를 던지는 여자…. 표정 하나 몸짓 하나가 도무지 예사롭지 않다. 섬세함의 극치다. 여기에 뻔뻔하기 짝이 없는 이정재, 뼛속까지 하녀인 윤여정, 전혀 주눅들지 않고 정사 신까지 해낸 서우가 영화의 완성도를 더욱 높였다.

소재가 소재인 만큼 에로틱 수준을 넘어선 적나라한 섹스를 구경하고픈 관객심리도 감지된다. 물론, 신 체 노출은 있다. 하지만 한결 자극적인 것은 정사 장면의 대사와 사운드다. 베드 신 자체보다 더 강렬하다. 등장인물들의 갈등 말고도 볼거리는 더 있다. 배경과 소품, 무엇 하나 호화롭지 않은 것이 없다.

제63회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하녀’는 13일 국내 개봉한다. 당연히 청소년 관람불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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