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주유소 '판정승'…업계 지각변동 예고
대형마트 주유소 '판정승'…업계 지각변동 예고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5.03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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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발유값이 ℓ당 1700원을 훌쩍 넘어서면서 마트형 할인주유소에 대한 논란과 관심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법원이 대형마트 주유소의 영업권을 처음으로 인정해 주유업계의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신세계(이마트)와 롯데쇼핑㈜(롯데마트)이 "부설주차장 안에 주유소 설치를 불허한 순천시와 여수시의 행정처분은 부당하다"며 제기한 '건축허가 신청불허 가처분 취소 소송'에서 법원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데는 크게 3∼4가지 이유가 작용했다.

우선 국가의 행정은 법적 근거를 갖고서 이뤄져야 함에도 이를 무시한 채 해당 지자체 조례를 근거로 용도변경 불허 처분을 내린 것은 '법률 유보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중소상인 보호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기존 사업자의 생계 위협과 위험시설물 설치에 따른 집단 민원 발생 가능성은 건축법, 도시계획법 등 관계 법규에서 정하는 건축허가 제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고, 이들 사유로 주유소를 불허할 중대한 공익상 필요가 있다고도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기존 사업자의 영업상 손실은 예상되나, 이를 '공익상 손실'로 보기는 어렵다는 법률적 해석이 덧붙여졌다. 경남 통영, 포항 남구, 전북 군산 등지에서 유사한 형태의 대형마트 주유소 건축이 허가된 점도 판단 근거로 들었다.

교통 혼잡에 대한 판단도 명료했다. 적법하게 교통영향평가를 거쳤고, 주변 교통상 문제점이 발생할 가능성이 없음에도 교통 정체 등을 이유로 주유소 건축을 불허한 것은 위법하다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형마트의 손을 들어준데 이어 배수의 진을 친 법적소송마저 지자체 패소로 잠정 결론나면서 마트형 주유소는 날개를 달게 된 반면 기존 사업자들에게는 빨간불이 켜졌다.

현재 광주·전남에 영업중인 주유소는 3월말 현재 광주 327곳, 전남 959곳 등 모두 1286곳. 이들 주유소는 휘발유가격은 리터당 1700∼1800원으로 마진을 없앤 대형마트 주유소보다 10∼15% 비싼 편이다.

저렴한 주유소를 찾는 소비자들 입장에선 자연스레 대형마트 주유소가 인기를 끌 수밖에 없어 통영 이마트 주유소의 경우 지역 휘발유 판매량의 30%를 집어 삼켰고, 용인점도 개점 3개월 만에 매출액이 1억 원을 넘어서는 등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2월 문을 연 이마트 군산점도 수요자를 대거 흡수하면서 인근 주유소의 매출액이 40% 가량 줄어들어 지역 주유업계 붕괴가 현실화되고 있다. 마진과 영업시간, 인력을 죄다 줄이는 등 별별 수단을 다 동원했지만 추락한 실적은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11월 지식경제부가 주유소 등록요건 가운데 '자치단체장 고시'를 통해 대형마트의 주유소 사업 진출을 규제하고 있는 전국 20여 개 지자체에 '이격거리 등 추가 규제를 만들거나 강화하지 말 것'을 지시한 점도 기존 사업자들에겐 불리한 환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주유소협회 광주·전남지회 임영우 사무국장(55)은 "대형마트 주유소는 할인점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일종의 '미끼'로, 상거래 질서를 무너트리는 불공정 행위로 볼 수 있는 데도 법원이 이들의 손을 들어 줘 지역 주유업계의 줄도산이 심각하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해당 지자체가 항소할 가능성이 높지만 원심 판결이 확정될 경우에는 파급 효과가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마트 주유소의 경우 경영 일선에 나선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최대 역점사업 중 하나여서 추가 설치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한편 광주·전남에서는 순천 이마트와 여수 롯데마트, 광주 첨단 롯데마트 등 3곳이 병설 주유소 설치를 추진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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