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성폭행 피해 달아나다 다쳐도 강간치상죄"
法 "성폭행 피해 달아나다 다쳐도 강간치상죄"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5.02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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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텔 방에 감금된 상태에서 성폭행을 모면하기 위해 창문으로 뛰어내리다 다쳤을 경우 설령 범인이 방안에 없었더라도 강간치상죄가 성립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광주지법 제2형사부(부장판사 조의연)는 강간치상 등의 혐의로 기소된 자영업자 김모씨(37)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에서 "공소 사실이 모두 인정된다"며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했다고 2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해자가 종업원이나 다른 투숙객에게 구조를 요청할 수 없는 외딴 '무인텔'로 끌려와 성폭행을 시도당한 점과 모텔 구조상 창문 이외에는 외부 탈출이 불가능한 점 등을 감안해 볼 때 비록 피해자가 창문을 통해 뛰어내릴 때 범인이 객실에 없었다 하더라도 강간치상죄에 해당된다"고 판시했다.

성폭행을 모면하기 위해 경우에 따라서는 창문을 통해 뛰어내리는 등 탈출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고, 그러한 경우 피해자가 다칠 수도 있다는 점을 예견할 수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고 이 경우 범인의 성폭행 시도와 피해자의 치상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이번 판결은 성폭행 기도자가 모텔방 안에 함께 머물며 잠시 한 눈을 판 사이 창문으로 탈출했다가 사망한 사건에 대해 강간치사죄를 적용한 지난 1995년 대법원 판례를 확대 적용한 것으로, 잠재적 성폭행범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계기로 받아들여진다.

광주지법 양영희 공보판사는 "강간미수와 감금치상죄는 최하한이 징역 1년∼1년6월인데다 강간미수는 합의하면 처벌할 수 없어 이번 사례의 경우, 합의했다면 감금치상죄만 성립하고 집행유예로 풀려날 가능성이 컸겠지만, 강간치상죄는 최하 징역 5년에 합의해도 처벌받기 때문에 피고인 입장에서는 큰 차이가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씨는 지난해 8월 새벽까지 함께 술을 마신 A씨(27)를 '집에 데려다 주겠다'고 속여 한적한 무인텔로 끌고간 뒤 강제로 성폭행을 시도하고, 출입문을 통해 달아나려던 A씨를 제지한 뒤 방 안에 가뒀다.

A씨는 김씨가 잠시 객실 주차장으로 내려간 사이 "계속 있으면 성폭행당할 것 같다"는 생각에 객실 창문을 통해 4.6m 아래 바닥으로 뛰어내렸다가 전치 16주의 골절상을 입었고, 김씨는 잠재적 성폭행범으로 인정돼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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