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7. 문백전선 이상있다
267. 문백전선 이상있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7.24 23: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궁보무사<582>
글 리징 이 상 훈

"순대 먹거리 행사에 염치 대신 부인은 나오시면 안되네"

그런데 대정은 장산의 이런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계속 비위 상하는 말을 해댔다.

"이걸 차(茶)나 술에 조금씩 넣어 가지고 마시면 참 좋아. 이것이 내 몸 속에 흘러 들어가는 순간에야 비로소 나는 죽은 아내와 한 몸이 되어 다시 만난다는 즐거운 상상에 사로잡히곤 하지. 부부간의 애틋한 정. 그건 그 무엇으로도 막을 수가 없지! 바로 이런 정(情) 때문에 오늘도 내일도 열심히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내게 절로 들곤 한다네."

"대정! 가만 보니 자네는 죽은 아내에 대한 정(情)을 크게 느끼고 있는 듯 하구만. 그럼 자네 이름 '대정'이가 혹시 죽은 아내에 대해 느끼는 큰(大) 정(情)이라는 뜻인가"

"그런 뜻이야 아니지만, 뭐 자네가 좋도록 생각해 주게나. 그건 그렇고. 내 오늘 자네를 위해 아주 좋은 정보 하나를 들려주고자 하네."

대정이 술 한 잔을 따라 장산에게 권하면서 조심스럽게 다시 말했다.

장산은 무심코 그 술잔을 받아 입에 막 갖다 대려다 갑자기 소스라치게 놀라며 물었다.

"아, 가 가만있자! 자네 혹시 이 술잔에 뭐를 타 넣은 건 아니겠지"

"어허! 그 귀한 걸 내가 왜 아무런 생색도 안내면서 권하겠는가"

"알 알았네."

장산은 그의 말에 일단 안심을 하고 받은 술잔을 쭉 들이키긴 했지만 그러나 뒷맛이 영 개운치 않고 께름칙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장산! 내가 이런 귀한 정보를 흘리는 데에는 나름대로 다 이유가 있지. 자네 알겠지"

"뭘 말인가"

"아 왜 있지 않나 수신 왕비님."

"쉬이잇! 아니 어디서 감히 그런 망발을 함부로."

장산은 기겁을 하며 얼른 그의 다음 말을 가로 막았다. 그러자 대정은 점잖게 기침을 두어 번 하고 난 다음 짐짓 엄숙한 표정을 지으며 다시 말했다.

"아무튼 내가 약속한 정보이니 만큼 알려주겠네. 자네도 알다시피 이제 머잖아 염치 대신이 주관하는 순대 먹거리 행사가 열리게 된다네. 그런데 가급적이면 그 행사에 염치 대신의 부인께서는 나오시지 않는 것이 좋을 듯 하네."

"뭐 그건 왜"

"매성 대신 처 '배방'이는 물론 평기 대신의 처까지도 염치 대신의 키가 큰 부인을 잔뜩 노리고 있다고. 아우내 왕 내외분 앞에서 톡톡히 망신을 주려고 말이야."

"어, 어떻게 무슨 방법으로 망신을 준다고 하는가 좀 더 구체적으로 알 수는 없을까"

"음. 내가 얼핏 들어본 바로는 염치 대신의 부인이 참석하여 순대를 직접 만들고 썰어서 내놓을 때 그걸 한 점씩 먹어본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죄다 배앓이를 해대도록 하자는 거야. 아이고 배야! 아이고 배야! 하면서 먹은 걸 죄다 토해내며 일부러 거짓 엄살을 부리자는 것이지. 한두 사람도 아니고 먹어보는 사람 족족 그렇게 한다면 염치 대신 부인은 크게 당황해 할 것이고 따라서 이로 인해 개망신을 당한다는 건 한 밤중에 불을 보듯이 너무 뻔 한 일 아니겠나"

"으음. 귀한 정보를 전해 줘서 참 고맙네. 내 그걸 염치대신께 그대로 전해 드리겠네."

장산은 이렇게 말하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러자 대정은 자기 소매 춤을 뒤지더니 갈색 마포로 싸인 한줌 정도 크기의 주머니를 꺼내어 장산에게 건네주며 이렇게 다시 말했다.

"장산!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네는 이걸 새끼손톱 크기만큼씩 떼어 왕비님께서 잡수시는 차(茶)속에 요령껏 타 넣어 주게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