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도 취하고 입법도 취하고
사람도 취하고 입법도 취하고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4.21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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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최 정 규 <청주흥덕署 수사과 경제3팀 경위>

해가 지고 밤이 깊어 갈수록 경찰서 사무실은 점점 술 취한 사람들의 천국이 되어간다.

이제 막 끌려 온 사람은 아직 화가 풀리지 않은 듯 불 맞은 황소처럼 이리저리 내달으며 책상을 뒤엎고, 내가 누구인지 아느냐며 소리를 칩니다. 어느 땐 담당경찰 목을 자른다는 험한 소리까지 질러댄다. 그런가 하면 자기가 누구인지 기억도 못하면서 혼자 세상걱정 다하고 소리를 질러대며 인수받을 가족이 올 때까지 난리를 피는 경우도 있다. 가족에게 연락을 해도 감당할 수 없으니 마음대로 하라며 인수를 거부당할 때는 참으로 난감하다.

이런 사람은 십중팔구 토사물을 온몸에 휘감아 그 냄새 때문에 경찰관들의 곤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런 곳에 30분만 있어 보면 부처님 가운데 토막이라도() 도저히 인내할 수 없는 상황임에도 이미 경지에 오른 경찰관들은 잘들 참아 낸다. 그들이 아무리 난동을 부려도 불친절했다는 항의가 있으면 이유불문 무조건 경찰관 잘못이라 몰아치니 경찰관도 어쩌지 못하고, 그러니 이곳은 점점 술 취한 사람들의 천국이 돼간다.

비교적 가벼운 범죄, 그러나 난동은 계속되고, 가족은 인수를 거부하고, 본인은 만취해 혼자 집에 갈 만한 정신이 못 되고, 그렇다고 이들을 대책 없이 석방할 경우 채 한시간도 되지 않아 2차 범행을 하고 다시 끌려 올 것이 불을 보듯 뻔합니다.그런데도 무조건 돌려보냈다가 죄를 키워 구속되도록 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인권 보호일까. 난감하기 그지없다.

몇년전부터 국회에 주취자 보호법이 계류돼 논의되고 있지만 계속 표류하고 있어 17대 국회에서도 통과될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인다. 법질서 확립과 진정한 인권보호를 위한다면 이런 기초적 법질서 집행을 위한 법률의 제정이 우선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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