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수리·정비 예산 미확보...해마다 67일 운용 못해
응급의학과 전문의 인력 부족도 걸림돌...의료여건 탓
응급환자의 골든타임을 지키기 위해 전국 시·도마다 추진중인 ‘닥터헬기(의사탑승 소방헬기)’ 도입이 충북에서는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하늘을 나는 소방차'라고 불리는 닥터헬기, 운용 성과 전국서 나타나
닥터헬기는 소방청과 의료기관 간 협력을 통해 이송단계에서부터 의사가 소방헬기에 탑승해 중증 응급환자에게 전문 응급처치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의료기관도 이송 환자를 맞기 전 미리 준비할 수 있어 중증 응급환자 소생률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민들이 뽑은 2024년 소방청 5대 뉴스’에서 우수 소방정책 5번째로 뽑히기도 했다.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해 닥터헬기 운항건수는 총 31건이고, 이송환자는 32명이다. 그중 27명이 생존해 84.3%의 생존율을 기록했다.
운항건수는 시범운영 첫해인 2023년(20건)보다 11건 증가했고, 이송환자 수(15명)는 2배 이상 늘었다. 생존율(75%)도 9.3% 증가했다.
현재 소방청은 수도권(경기 북부지역)을 시작으로 경남지역까지 확대해 운영할 방침이다.
이렇듯 닥터헬기는 전국에서 환영받는 사업 중 하나다.
하지만 충북은 아직 이에 대한 계획조차 없다.
닥터헬기를 운용하기 위한 ‘소방헬기'가 노후돼 제역할을 하지 못하는데다 ,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확보하지 못하는 지역 의료여건 탓이다.
#충북에 있는 소방헬기는 단 1대⋯그마저도 노후화
현재 소방청에서 운용중인 소방헬기는 총 31대로, 그중 충북은 단 1대를 보유하고 있다.
이 헬기는 화재 진압은 물론 구조 활동, 응급환자 이송, 산불 진화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문제는 헬기가 노후돼 운행 차질이 잦은데다 수리와 정비에 필요한 예산마저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충북의 소방헬기는 일본산 BK117 C-2 기종으로 지난 2005년 4월 도입돼 20년 동안 운용돼 왔다.
그러다 보니 잔 고장이 자주 발생하고, 잦은 수리와 정비로 인해 헬기가 뜨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최근 7년간 수리와 정비로 소방 헬기를 운용하지 못한 날이 434일이나 된다. 해마다 평균 67일정도를 띄지 못한 셈이다.
충북소방본부는 노후된 소방헬기를 교체하는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중이지만, 아직까지 이렇다할 성과는 없다.
충북소방본부 관계자는 “현재 2000년식 헬기를 운용중인 울산지역은 소방청의 노후헬기 교체 사업에 포함돼 기존에 있던 노후된 헬기를 다목적 중형헬기로 교체한다”며 “노후 헬기를 보유한 충북은 다음 사업 대상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닥터헬기 탑승할 응급의학과 전문의도 없어
닥터헬기 도입의 또다른 걸림돌은 헬기에 탑승할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없다는 점이다. 통상 닥터헬기에는 응급의학과 전문의 또는 응급구조사 등 응급처치를 진행할 수 있는 의료진이 탑승한다. 하지만 충북 의료여건상 응급의학과 전문 인력을 충분하게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충북도는 지난해 10월 닥터헬기 도입을 위해 도내 유일의 상급병원인 충북대학교병원에 공모참여의향서를 보냈다.
하지만 충북대병원측은 의료진 부족 등의 이유로 협업하기 어렵다는 답변을 도에 회신했다.
충북대병원 관계자는 “응급의학과 전문의 인력이 부족할 뿐더러 신규 전문의를 채용하기도 하늘의 별 따기”라며 닥터헬기 사업 참여의 불가함을 설명했다.
/이용주기자dldydwn0428@cc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