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에도 이 칼럼에서 지역공공은행 설립에 관해 거론한 적이 있다. 금융기관의 수익이 고스란히 수도권으로 유출되면서 자본은 물론 일자리와 노동력이 유출되는 상황에서 전국 단위의 시중은행이 아닌 지역은행, 그것도 공공은행이 필요하다는 얘기였다.
22대 국회에서는 청주 청원이 지역구인 더불어민주당 송재봉 의원이 후보 시절부터 지역공공은행 설립을 공약화했고, 현재 법안의 초안을 만들어 법제처의 검토를 거쳤으며, 이제 공론화 단계를 진행 중이다. 11월 22일에는 국회의원회관에서 토론회도 열 예정이다.
IMF 구제금융을 거치면서 있던 지방은행도 사라진 마당에 지역은행을 다시 만들고, 지켜낼 수 있겠느냐는 반론이 있을 수도 있다. 그렇다. 충북은행은 당시 조흥은행에 합병됐고, 조흥은행은 다시 신한은행과 합쳤다.
1967년부터 정부의 지방은행 설치 정책에 따라 설립된 열 개의 지역은행 가운데 현재까지 이름이 남아있는 것은 부산, 경남, 광주, 전북, 제주은행 등 다섯 개뿐이다. 이들도 외국자본이 지분의 70% 정도를 소유한 금융지주회사의 자회사이니 사실 무늬만 지역은행이다.
하지만 이름만이라도 살아남은 지역은행들이 채용과 지역기업 대출, 금융 소외 계층 배려 등에서 바람직한 결과를 내고 있다 보니 충북 등에서는 내심 부러웠던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지역공공은행은 그냥 지역은행과 어떤 점이 다를까? 지역공공은행은 전국이 아닌 지역을 범위로 한다는 점에서는 과거의 지역은행과 같되, 설립과 운영에 있어서 공공성을 한층 더 강화한 은행이다. 예컨대 지방정부가 자본의 100% 또는 과반을 소유하고, 시민사회와 협치를 통해 모든 결정을 내리는 구조다.
실제로 송재봉 의원의 안은 지분의 100분의 51 이상을 지자체가 소유하고, 모든 결정권을 가진 위원회의 3분의 2 이상을 시민으로 구성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니 지역에서 수신한 자금을 역외로 유출하지 않고, 자산 담보 중심의 정량적 대출만 적용하는 시중은행으로부터 사각지대에 있는 금융 소외 계층을 배려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자산을 출연하는 지자체가 금고를 맡김으로써 발생하는 수익은 지자체의 자금 수요에 대응하고, 지방채 인수 등을 통해 지자체 재정 운용에 숨 쉴 공간을 만들어줄 것이다.
`이렇게 훌륭한 일만 하는 은행이 과연 경쟁력이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1919년 미국 노스다코다주에서 탄생한 지역공공은행이 현존하고 있다. 지역정부의 금고를 독점하고, 시중은행들과 협업, 공존하는 전략을 통해서다. 현재는 미국의 20여 개 주에서 지역공공은행 설립을 준비하고 있고, 일본, 독일 등에도 비슷한 은행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1대 국회에서 두 개의 관련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하지만 강성희 전 진보당 의원과 배진교 전 정의당 의원의 낸 각각의 법안은 모두 임기 만료 폐기됐다. 두 법안은 모두 자본금 구성에서 지자체가 100분의 51 이상을 출자하고 영업손실금을 해당 지자체가 보전하도록 했다.
이 법안이 문턱을 넘지 못한 데는 일단 거대자본의 보이지 않는 저항에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진보정당이 낸 법안이라 우선순위에서 밀린 감도 있다. 강 전 의원은 열두 명, 배 전 의원은 열 명의 동의를 받는 데 그쳤고, 그나마 군소정당 의원의 비율이 절반을 넘었다.
송재봉 의원이 속한 민주당이 압도적 다수당이기는 하나 22대 국회 들어 더욱 심화한 정쟁의 틈바구니에서 이 법안이 얼마나 주목을 받을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국회만 믿지 말고 민간이 힘을 실어야 하는 이유다.
화요논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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