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경쟁력의 핵심으로 승화해야
탄소중립, 경쟁력의 핵심으로 승화해야
  • 백성식 가톨릭대학교 겸임교수
  • 승인 2025.02.1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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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제로 칼럼

인류는 ‘기후 위기’와 ‘경제 성장’의 갈림길에서 고민하고 있다. 2023년 8월 하와이 마우나로아 관측소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421ppm으로 최고치를 경신했다. IPCC(유엔 기후변화 정부 간 협의체) 는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43% 감축하지 않으면 평균기온 상승을 1.5℃로 제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이제 탄소중립을 단순한 환경 규제로만 인식한다면 우리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주도권을 잃을 수 있다.

유럽연합은 2023년 CBAM(탄소국경조정제도)를 본격 시행, 기후규제를 무역장벽으로 진화시켰다. 미국은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으로 3,690억 달러를 친환경 산업에 투입계획이고 중국은 2025년까지 전기차 보급량을 2,000만대로 확대할 예정이다. 세계은행 보고서는 2050년까지 글로벌 탄소시장 규모가 7조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탄소는 새로운 화폐로, 환경을 넘어 국가 경쟁력의 핵심 지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이에따라 한국 또한 산업 구조 개편이 불가피하다. 한국은 NDC(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1차 국가 결정 기여)에서 2030년 탄소 배출전망치 대비 40% 감축을 목표로 설정했지만 2022년 기준 에너지 다소비 산업 비중이 35.7%로 OECD 평균(22.1%)보다 높다. 포스코는 2030년까지 Green Steel 생산 비중을 17%로 높이고, 현대차는 2025년까지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가격을 종전의 1/3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기술 로드맵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도 저전력 AI 반도체 설계기술로 데이터 센터 전력을 50%나 절감시키는 기술력을 보이는 등 발빠른 대응을 보이고 있다.

독일 프라운호퍼 연구소는 수소 환원 제철 기술이 전통적 고로 공정에 비해 탄소 배출량을 95% 감소시키지만 투자비가 3배 높다고 밝혔다. 네덜란드는 탄소세와 보조금 정책으로 2025년까지 철강업계 탄소중립을 위해 120억 유로를 투자 유치했다. 2023년 호주 노동조합은 ‘석탄산업 종사자 재교육 프로그램’에 1억달러(호주화폐)를 투자하기로 합의했다. 미국 버지니아주는 해상 풍력단지 건설 시 지역 주민 고용률 40% 이상을 의무화하는 조례를 제정했다.

 이제 탄소중립은 선택이 아닌 필연이다. 18세기 산업혁명이 증기기관으로 시작됐다면 21세기 녹색혁명은 수소·인공지능(AI)·신재생에너지가 주도할 것이다. 2023년 노벨경제학 수상자 클라우디아 골딘 교수는 “기술은 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말했다.

서울대 에너지 시스템연구소 김영민 교수는 “탄소 가격제와 R&D 투자가 그린 딜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듯이 하루빨리 탄소 Credit 도입을 통해 기업의 자발적 감축을 유도하고 그린테크 펀드로 스타트업을 활성화해야 한다. 울산 방폐장 사례처럼 지역 주민 주주제를 도입해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수익을 공유하는 모델을 확대해야 한다. 고려대 지속가능발전 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청년층 68%가 탄소중립 정책이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는 만큼 교육부와 산업부의 Green Skill 교육 프로그램 개발이 시급하다. 정부는 과감한 규제개혁으로 시장에 신호를 보내고, 기업은 장기적 관점에서 기술투자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 그것이 미래를 준비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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