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자와 활쏘기
군자와 활쏘기
  •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 승인 2024.11.07 15: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자님께서는 정치가 무엇인가를 묻자, “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 즉,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답고 부모는 부모답고 자식은 자식답도록 하는 일이라고 대답하셨다. 가까이 있는 사람들을 기쁘게 함으로써, 먼 곳에 있는 사람들이 가까이 다가오도록 하는 “근자열(近者說) 원자래(遠者來)”가 정치의 핵심이라는 말씀도 하신 바 있다. 임금, 신하, 부모, 자식 등등이 각자의 위치에서 제 역할을 다한다면 저절로 살기 좋은 세상이 도래할 것이다. 살기 좋은 세상이란 각자 각자가 자신이 해야 할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 함께하는 사람들끼리 대립-반목함 없이, 서로 상생하는 화평한 세상을 말한다.

이 같은 맥락에서 중용은 在上位不陵下(재상위불능하) 在下位不援上(재하위불원상) 正己而不求於人(정기이불구어인) 則無怨(즉무원)을 강조한다. “윗자리에 있는 사람은 아랫사람을 능멸하지 않으며, 아랫자리에 있는 사람은 윗사람에게 매달리거나 아부-아첨하지 않는다. 결국 자기 자신을 바르게 할 뿐, 남에게 바라는 바가 없으니 원망하거나 원망받을 일이 없다.”는 의미의 가르침이다. 이 가르침의 핵심인 윗자리에 있으면서 아랫사람을 능멸하지 않고, 아랫자리에 있으면서 윗사람에게 매달리지 않기 위해선 어찌해야 하는가?

이에 대한 답으로 중용은 君子素其位而行(군자소기위이행) 不願乎其外(불원호기외) 素富貴(소부귀) 行乎富貴(행호부귀) 素貧賤(소빈천) 行乎貧賤(행호빈천) 素夷狄(소이적) 行乎夷狄(행호이적) 素患難(소환난) 行乎患難(행호환난) 君子無入而不自得焉(군자무입이부자득언)을 역설한다. “군자는 처한 자리에 따라 행할 뿐, 그 밖의 다른 것을 원하지 않는다. 부귀할 땐 부귀한 대로 행하고, 빈천할 땐 빈천한 대로 행하며, 오랑캐 땅에 처해선 오랑캐 땅에 처한 대로 행하며, 환난에 처해선 환난에 처한 대로 행하니, 군자는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스스로가 원하는 바를 얻지 못하는 일이 없다.”는 의미다. 처한 상황을 직시한 뒤, 그 처한 상황에 따라 물 흐르듯 자연스러우면서도 최선을 다하는 가운데, 그 어떤 욕심에도 흔들림 없는 지혜로운 삶에 다름 아님을 알 수 있다.

어떤 상황 속에서도 얻지 못할 것이 없는 군자가 되기 위한 방법론으로 `대학'은 지(止), 정(定), 정(靜), 안(安), 려(慮), 득(得)의 6단계 수행을 강조한다. 불필요한 생각과 말과 행동을 그쳐야지만 몸과 마음이 안정되고, 안정돼야만 마음이 고요해지고, 마음이 고요해진 뒤라야 심신이 편안하고, 심신이 편안해야만 올바르게 생각하게 되고, 올바른 생각만이 현실과 온전하게 부합되는 올바른 행동을 통해 원하는 것을 얻게 된다는 가르침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맹자님은 行有不得者(행유부득자) 皆反求諸己(개반구저기) 즉, “무엇인가를 행하고도 결과가 없다면, 자기 자신에게서 모든 문제의 원인 및 해답을 찾으라.”고 강조하셨다. 동일 맥락에서 공자님도 불환인지불기지(不患人之不己知) 환부지인야(患不知人也) 환기불능야(患其不能也) 즉, “타인이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 것을 근심치 말고 내가 타인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는 것과 자신의 능력 없음을 근심하라”고 역설하셨다. 공자님은 또 射有似乎君子(사유사호군자) 失諸正鵠(실저정곡) 反求諸其身(반구저기신) 즉, “활쏘기는 군자와 비슷한 면이 있으니, 화살이 과녁에 명중하지 못했다면, 활이나 화살 등에 문제의 원인을 전가하는 일 없이, 활을 쏜 자기 자신에게서 모든 문제점을 찾고 해결책을 구하라”는 의미의 가르침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