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와 까마귀
까치와 까마귀
  • 김경수 시조시인
  • 승인 2024.11.06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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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이른 아침 까치가 울었다. 준상은 왠지 까치 소리가 싫지 않은 듯 반기고 있었다.

준상에겐 까치가 길조라는 이유로 좋은 일이 있거나 기쁜 소식을 가져다 줄 것 만 같아서였다.

조금 후 우편물이 도착했다. 세금 고지서였다.

고지서를 열어 보는 순간 깜짝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지난 달 보다 금액이 심상치 않았다.

알고 보면 그 만큼 소모를 했다는 사실적인 결과물임에도 왜 하필이면 이런 부담 가는 소식 말고 오늘 좋은 소식이 있을 줄 알았는데 막상 고지서를 받고 보니 기분이 떨떠름했다.

집을 나섰다. 길은 평소 때 보다 차들이 붐비고 있었다. 볼일 볼 시간을 경계하면서 조급한 마음이 슬슬 끓기 시작했다. 이대로라면 약속된 시간에 볼일을 보기가 어려울 것 같았다.

준상은 아침에 까치가 울 길래 오늘 일이 순조롭게 풀릴 줄 알았더니 일이 꼬여만 가는 것 같다고 투덜거렸다. 드디어 차가 목적지에 도착했다. 우선 주차할 곳이 비어 있는지 궁금했다.

근데 이게 왠일인가 주차 걱정을 하고 있는 터에 갑자기 눈이 번쩍 뜨였다.

주차할 공간이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마침 비어 있는 것 아니겠는가 또 다시 아침에 들려준 까치소리의 귀띔이 발동하기 시작했다.

그 기분을 싣고 오전의 일과가 오후가 되도록 밀려 가다가 잠시 은행 일을 깜빡하고 있었다. 서둘러 은행으로 발길을 옮겼다.

그 날 따라 은행에 많은 사람들이 번호표를 들고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따분함을 참아가며 순서가 오기만을 기다려야만 했다.

그렇게 시간이 늦은 오후로 기울어져 갈 무렵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즐거움에 기대를 걸었던 오늘 모임이 취소되었다는 연락이었다.

허물어지는 듯 한 한숨소리가 김빠지듯 새어 나갔다.

그 다음 날 이른 아침에 까마귀가 소리를 떨구고 갔다. 준상은 왠지 불쾌해 했다.

예부터 전래되어 내려오는 말들이 있어서 그런지 특별한 이유도 없이 까마귀 소리가 들려 올 때면 그 날 좋지 않은 일이 생기거나 소식이 전해질 때면 그것을 까마귀의 탓으로 돌리곤 하였다.

그 날도 아침이 지날 무렵 부고가 전해졌다. 지인의 갑작스런 죽음이었다. 그 소식을 듣는 순간 바로 까마귀 울음소리가 연상되어 떠올랐다.

불안감을 감출 수 없는 우울한 표정으로 조심스레 시간을 다독이며 가는데 조금 지나 물건을 정리하다가 예전에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던 물건을 찾았다.

그 물건을 보는 순간 얼마나 반가웠는지 새로 얻은 것 보다 더 소중하게 정이 갔다.

준상에게 뭔가 까마귀에 대한 아이러니한 생각이 스쳐갔다. 까마귀에 대한 이야기가 자신의 편견이 아닌가 스스로를 의심하였다.

잠시 의문이 머물던 순간 주차된 차가 조금 이상해 보였다. 타이어에 펑크가 난 것이었다. 그만한 시간의 희생이 요구되었다.

어찌 보면 재수가 없다고 말하기보다 다행인지도 몰랐다. 애매한 장소였더라면 더 큰 곤욕을 치를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준상은 까치와 까마귀를 생각하며 실소가 흘러 나왔다. 아무런 상관도 없는 이야기가 터무니없는 그릇된 인식과 편견에 의해 전래되어 흘러 내려 온 것 같았다.

하긴 비슷한 경우 어디 한 둘이겠는가 일어날 일이 까치소리에 일어나지 않고 생겨서는 안 될 일이 까마귀 소리에 생기는 것이 아닐 것이다. 내일은 누가 울고 지나갈지 궁금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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