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건강한 일상으로
다시 건강한 일상으로
  • 박소연 충청북도문화재연구원 교육활용팀장
  • 승인 2025.02.09 14: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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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의 문화유산 이야기

입춘이 지났는데도 계속 강추위가 이어지니, 겨울이 참 야속하게 느껴진다. 특히 올겨울은 유례없는 독감 확산으로 동네 병원마다 환자들로 가득해 난리가 따로 없었다. 최근 들어 그 기세가 한풀 꺾였다고는 하지만, 독감 환자 수는 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양하고도 극심한 통증으로 누군가는 코로나 때보다 더 힘들었다고도 했다. 코로나 시기에는 모두가 마스크를 열심히 쓰고 다닌 덕에 매년 겨울 찾아오던 독감이 한동안 잠잠했었다. 개인위생을 조금만 신경 써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망각한 탓에, 올해 독감의 대유행을 맞이하고 말았다.

사실, 매년 찾아오는 독감 외에도 우리를 불안하게 만드는 전염병이 계속되어 왔다. 몇 년 전에는 코로나19, 그전에는 메르스, 또 그 이전에는 사스가 있었다. 사람들의 기억에서 점차 희미해질 즈음이면 어김없이 새로운 전염병이 등장하고야 만다. 사회와 의학 기술이 발달하며 많은 질병이 어느 정도 통제 가능해졌지만, 전염병만큼은 예측하지 못한 순간 갑작스럽게 퍼진다는 점에서 인류에게 여전히 크고 막연한 두려움을 주는 존재이다.

 

그렇다면, 지금처럼 의학 기술이 발전하지 못했던 과거에는 우리 선조들이 전염병에 어떻게 대응했을까?

『삼국지』 「위지동이전」에는 “사람이 죽으면 옛집을 버리고 새집으로 옮겨 간다”라는 기록이 남아있어, 전염성을 피하고자 거주지를 옮기는 방식을 택하기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삼국시대부터는 중국의 의학 지식을 받아들이기 시작했으며, 나라별로 의학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와 직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때 흥미로운 점은, 일부 기록에 주술로 질병을 물리치는 역할을 맡은 사람도 따로 있었다는 것이다. 다양한 의학 지식을 수용하고, 의료기관을 세우며 인력을 양성하는 노력을 기울여도 병이 쉽게 물러가지 않으니, 주술적인 행위로 극복하고자 한 것이 아닐지 생각된다.

고려시대에는 국내 약재를 활용한 의학 기술을 발전시켰고, 약물과 침 치료 등 다양한 치료법을 개발하였으며, ‘벽온방’ 같은 전염병 예방법을 보급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당시 수준의 의학 기술만으로는 전염병을 완전히 통제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기의 자주적이고 체계적인 의학 발전은 조선시대에 이르러 우리 의학이 더욱 꽃을 피울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전염병과 관련된 기록이 무려 1천 건 이상 남아있다. 이는 조선 사회가 의학에 많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보여준다. 여러 차례 전염병을 겪으며 조선은 중국의 영향을 받았던 약재와 치료법을 점차 우리 고유의 방식으로 발전시켜 나갔다. 또한 문신들에게 의학을 장려해 의학 서적을 편찬·보급하도록 하였다. 대표적인 예로 『향약제생집성방』이 있다. 이 책은 병에 따라 그 처방을 기록해 둔 것으로, 우리나라에서 나는 약재를 중심으로 서술한 것이 특징이다. 이 외에도 국내․외의 다양한 의학 관련 자료를 모두 모아 정리한 『의방유취』가 있으며, 응급 처방을 모아 민간에서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구급간이방』 등이 있다. 특히 『구급간이방』은 백성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글로 작성해 배포했으며, 이는 조선이 많은 사람을 전염병으로부터 보호하고자 했음을 보여준다. 이렇듯 우리 고유의 향약이 정리된 후에는 중국 의학과 우리 향약을 한데 엮어 정리하게 되는데, 그 결과물이 바로 우리가 잘 아는 허준의 『동의보감』이다. 음성에 있는 한독의약박물관에 가면 이 책들을 모두 만나 볼 수 있으니, 한번 찬찬히 살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것들은 단순히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병을 극복하고자 했던 경험과 노력이 고스란히 담겨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역사는 늘 반복되기에 선조들이 쌓아온 지혜를 되새겨야 한다.

 

전염병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은 시대마다 조금씩 달라져 왔지만, 백성을 지켜내고자 하는 마음은 변함없었다. 앞으로도 전염병은 불시에 찾아와 우리를 위협하겠지만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노력과 국민을 보호하려는 마음이 이어진다면, 어떤 위기가 찾아와도 슬기롭게 잘 이겨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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