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냐, 나도 아프다.” 드라마 ‘다모’의 이 명대사처럼, 올 겨울 사람과 동물은 서로의 아픔을 마주하고 있다. 흔히 ‘독감’이라 부르는 인플루엔자는 사람과 동물 모두에게 발생하는 감염성 호흡기질환이다. 전국 의료기관에서는 8년 만에 최고 수준의 독감으로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고, 닭과 오리들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로 신음하고 있다.
두 질병 모두 인플루엔자 A형 바이러스에 의한 것이지만, 사람 독감은 주로 H1N1과 H3N2가, 조류인플루엔자는 H5N1이 주된 원인이다. 특히 우려되는 점은 의료진과 방역 인력의 부족으로 이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재 두 감염병은 동시 다발적 확산세를 보인다. 전국 의료기관의 외래환자 10명 중 1명이 독감 증상을 호소하고 있으며, 가금농장에서는 매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하고 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잦은 항원 변이를 통해 매년 새로운 유형이 출현하는데, 올해는 사람과 조류 모두에서 강한 전파력을 가진 변이주가 우세하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의료 현장의 공백은 감염병 확산을 더욱 가속화했다.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으로 독감 환자의 진료가 지연되고, 24시간 비상 체계로 운영되어야 할 가축방역 시스템은 극심한 인력난에 직면해 있다. 이는 단순한 의료‧방역의 차질을 넘어 공중보건의 위협으로 번질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우리에게 예측과 대비를 위한 도구가 없다는 현실이다. 사람 독감은 제한적 표본 감시로 실제 발생 규모 파악이 어렵고, 조류인플루엔자는 전수 감시에도 조기 발견이 쉽지 않다. 두 감염병 모두 장기 예측 모델이 없어 선제 대응은 불가능한 실정이다.
이러한 복합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 가장 시급한 것은 현장 인력 문제이다.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방역 인력풀을 확충하고 현장 경험이 있는 은퇴 인력도 활용해야 한다. 교대 근무 체계와 처우 개선으로 전문 인력의 이탈도 막아야 한다.
특히 동물에서 사람으로 전파되는 인수공통전염병의 관리가 중요하다. 신종플루와 메르스의 교훈을 되새겨, 감염병 통합 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감시‧예측 시스템과 조기 경보 체계를 도입하고, 지역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방역 전략도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첨단 통합 시스템 구축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방역의 근간은 기본 수칙 준수에 있다. 마스크 착용, 손 씻기, 기침 예절 등의 기본 수칙과 함께 노약자와 기저질환자는 예방접종으로 면역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가금농장에서는 출입 차량과 사람에 대한 소독, 야생조수류 차단을 위한 그물망 설치, 의심증상 발견 시 신속한 신고가 요구된다. 이처럼 사람과 동물 모두 기본에 충실할 때 감염병 확산을 막을 수 있다.
사람과 동물의 건강은 하나다. 이번 겨울은 개별적으로 대응해온 방역 체계의 한계를 뼈아프게 보여줬다. ‘원헬스(One health)’는 더 이상 선언적 구호가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이다. 이제는 통합 방역의 새 장을 열어야 할 때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더 강력한 방역 체계를 구축하여 사람과 동물이 더 이상 서로의 아픔을 걱정하지 않는 그 날이 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