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편하게 쉬면서 커피 즐기는 곳
누구나 편하게 쉬면서 커피 즐기는 곳
  • 오영근 기자
  • 승인 2024.05.30 19: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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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카페드안트워프'

 

통영은 본래 임란 때 삼도수군통제영에서 비롯된 말인데, 통제영이 옮겨오기 전에는 두룡포라 불렸다. 박경리의 소설에 보이듯 `동양의 나폴리'로 불리며 150여개 섬을 아우르고 있는 고성반도 끝자락에 위치한다. 1914년 행정구역 개편 당시 통영군이 1995년 충무시와 통합되면서 지금의 통영시가 되었다. 2005년 개통한 비룡-통영간 총연장 215㎞의 대전통영고속도로 개통으로 중부권에서 한참 가까워졌다.

근방에는 음악에 윤이상거리, 문학에 청마와 박경리기념관 그리고 그림에 전혁림미술관은 물론이고 동피랑, 남망산조각공원, 통영케이블카, 삼덕포구 등 이곳저곳 볼 것이 많다.

통영대교를 지나 미륵도 산양읍 풍화리에는 카페 `안트워프'가 있다. 벨기에의 도시 안트베르펜의 영어식 표현이 안트워프이다. 우리에게는 `플란다스의 개'와 화가 루벤스로 익숙하다.

안트워프의 대표 허상국의 이력은 자못 극적이다. 김해가 고향인 허상국은 공부에 재능을 보여 1998년 봄 서울대에 입학한다. 이때 한국인 어머니를 둔 케이코상을 대학 선후배 사이로 만난다. 졸업후 허상국은 대기업에, 케이코는 화장품회사를 다니며 기업회장님의 일본어선생을 겸하였다. 그러다 둘은 결혼하여 부부의 연을 맺었다.

바쁘게 반복되는 일상에 힘겨워하던 중, 그가 늘 마음에 두고 있던 `컴퓨터를 켜지 않는 직업'에 대한 꿈을 실현할 방도로 `카페개업'을 선택했다. 사실 그의 커피입문도 케이코의 권유에 의해서였다. 본격적으로 종로구 서촌 광화문커피에서 로스팅을 배우며 입시준비하듯 커피공부에 매진하였다. 언제나 그가 직접 로스팅한 커피의 첫 손님은 케이코였다. 유럽으로 커피여행도 함께 다녀왔다. 그 때 여행중 만난 도시가 안트워프, 마음에 들어 지금의 카페명이 되었다. 카페 곳곳에 보이는 유럽풍의 앤티크한 가구와 소품들은 직접 안트워프항에서 선적하여 풍화리까 오게 된 것들이다.

2015년 4월 드디어 케이코와 아이들까지 서울생활을 접고 통영 풍화리로 내려와 하나의 가족이 되었다. 그간 허상국은 풍화리에서 비박을 하며 지금의 카페와 게스트하우스를 완성하는데 온 힘을 쏟아 부었다. 서울에서 입문한 커피가 유럽으로의 커피여행을 거쳐 이제 그 여행의 종착지는 풍화리 `안트워프'가 되었다.

여전히 그가 내린 커피의 첫손님은 케이코다. “커피 왔습니다 사모님”의 케이코상이 마시는 커피와, 그들의 귀촌을 결사반대했던 오사카의 장모님 김금순씨가 사위의 커피중 제일로 선호하는 `폭신폭신한 커피'는 그대로 안트워프의 주 메뉴가 되었다. 이러한 사연은 2015년 KBS의 인간극장 `상국씨가 풍화리로 간 까닭은' 편에 자세히 소개되었다.

정연정 문화경제학자
정연정 문화경제학자

 

현재는 `커피는 상국씨'가 그리고 상국씨 커피의 소울메이트가 된 `유기농 로컬푸드 티라미수'는 케이코상 담당이다. 허상국은 `위대한 것보다는 소중한 존재, 그리고 부러운 사람보다 고마운 사람이 낫다'는 말에 공감하며 살고 있다. 하여 그의 커피 역시 마시는 이에게 `소중하고 고마운 커피'가 되었으면 한다. 누구나 편하게 쉬면서 맛난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카페이자 공간이 되길 희망한다. 통영 끝자락 풍화리 해변 꾸불꾸불한 여행길에서 늘 웃는 얼굴의 상국씨 커피를 만날 수 있다는 건 생각만해도 너무 신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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