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고분벽화서도 등장 … 선조들 영물로 여겨
2023년은 토끼해다. 올해는 천간(天干)의 `계(癸)'가 흑색을 나타내 `검은 토끼의 해'로 불린다.
토끼는 예로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친근한 동물이다. 아주 오래전부터 달나라에 토끼가 산다고 믿었다. 달나라 토끼를 올려다보며 꿈을 꾸고 소원을 빌었을 만큼 우리 선조는 토끼를 영물로 생각했다.
전국 곳곳에는 토끼와 관련된 지명이 많고 위기를 극복해나가는 토끼의 지혜가 담긴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 다산과 장수, 풍요의 상징인 토끼는 다른 동물과 달리 위협적이지 않고 유순하다. 특히 영리한 꾀보로 여러 전설 속에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토끼 간' 때문에 용왕님 앞에 잡혀간 토끼가 꾀를 내어 바다를 도망쳐나온 별주부전 이야기, 느림보 거북이와의 경주에서 꾀를 부리다 진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이야기는 토끼의 영리함을 역설적으로 전해준다.
# 역사문화 속 토끼
우리 역사 문화 속 토끼는 기록과 문화재에서 찾아볼 수 있다. 김부식이 저술한 `삼국사기'의 `태조왕본기'에는 `부여국에서 온 사신이 뿔이 3개 달린 흰 사슴과 꼬리가 긴 토끼를 바쳤고, 태조왕은 이들을 상서로운 짐승이라 여기며 사면령(赦免令)을 내렸다.'라는 기록이 있다.
고구려 고분벽화(덕화리 2호분)와 통일신라 수막새, 고려시대 동경(銅鏡) 등 토끼가 등장하는 유물도 다양하다. 고려 12세기 청자의 정수를 보여주는 `청자 투각 칠보무늬 향'은 귀여운 토끼 세 마리가 향로를 받치고 있고, 통일신라시대 `십이지 토끼상'은 칼을 들고 갑옷을 입고 묘를 수호하고 있다. 달에서 방아를 찧는 옥토끼는 고려시대 청동 거울과 조선시대 그림에서 확인할 수 있다. 순천 선암사 원통전의 `투조모란꽃살문' 하단에는 달에서 방아를 찧는 토끼 두 마리가 새겨져 있고, 서울 화계사 나한전 벽화에는 호랑이에게 담뱃대를 건네는 토끼의 모습이, 김제 금산사 보제루에는 누운 자세로 건물을 받친 한 쌍의 토끼가 묘사돼 있다. 이 외에도 그림·자수·도자기·베갯모·보자기 등 다양한 공예·조각품에서 토끼의 모습을 볼 수 있다.
# 지명 속 충북의 토끼
충북지역에 토끼 관련된 지명은 모두 11곳이다.
국토지리정보원에 따르면 2011년 기준 전국 154만여 개 지명 가운데 토끼와 관련된 지명은 158개에 달한다. 충북은 토끼와 관련된 마을이 6곳으로 가장 많고 계곡이 3곳, 산과 평야가 각 1곳이다.
음성군 생극면 팔성3리의 마을 이름은 `토끼실'이다. 동네 뒷산이 토끼처럼 생겨 토끼봉으로 불린다. 충주시 가금면 하구암리 묘곡마을은 토끼가 자주 목격돼 묘골로 불리다가 지금의 묘곡으로 불린다.
충주시 엄정면 용산리 토산마을은 토끼봉이라는 산봉우리가 있다는 의미에서 이름 붙여졌고, 충주시 신니면과 가금면에는 토끼골 계곡도 있다.
영동군 영동읍 계산리 금리는 뒷산 모양이 토끼를 닮아 토령리(兎令里)로 불리다 지금은 금리로 불리고 있다. 영동군 추풍령면에는 각각 토끼미골과 토끼미들로 불리는 계곡과 평야가 있고, 옥천군 청성면에는 토끼재마을이 있다.
이처럼 설화와 지명, 문화재 등에 자주 등장하는 토끼는 속담에 선 `지나친 욕심'을 꼬집는 의미로 자주 사용됐다. `두 마리 토끼를 쫓다 모두 놓친다'라는 속담이나 `산토끼 잡으려다 집토끼 놓친다', `가는 토끼 잡으려다 잡은 토끼 놓친다' 와 같이 지나친 욕심을 경계했다. 새롭게 시작한 계묘년, 욕심보다는 지혜로움으로 채우는 한 해가 되길 기대한다.
/연지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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