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동리 사연 구슬프고 민심은 얼었다
입동리 사연 구슬프고 민심은 얼었다
  • 석재동 기자
  • 승인 2018.12.12 2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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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석재동 취재1팀(부장)
석재동 취재1팀(부장)

 

세밑 청주시 내수읍 입동리에서 전해진 `공항난민'의 소식이 청주시민들의 입에서 입으로 뜨겁게 옮겨 다니고 있다. 그만큼 사연 자체가 구슬프기 때문이다. 하지만 입소문만 뜨거울 뿐 입동리 주민들의 가슴은 꽁꽁 얼어붙었다. 이주자택지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입동리 주민들은 청주국제공항 인접지역에서 추진 중인 청주에어로폴리스 2지구(이하 2지구) 조성 사업대상지 거주자들이다.

주민 상당수는 조만간 정부의 공군 17전투비행단(1976년), 청주국제공항(1991년), 청주에어로폴리스(이달 중 착공 예정) 조성이라는 중앙과 지방정부의 정책에 따라 세 번째 이삿짐을 싸야만 한다. 천생 농민인 이들은 농토가 있는 고향을 떠나지 못하고 그 주변을 맴돌며 쫓기듯 이사를 다니고 있다.

이주대상 32가구 중 세 번째 짐을 싸는 주민들은 20가구 가량이다. 정부정책 때문에 이렇게 자주 이삿짐을 싼 마을은 찾기 어렵다. 그만큼 드문 사례이기 때문에 많은 이들의 입길에 오른다.

앞선 두 차례의 이주 당시 암울한 사회상을 반영하듯 제대로 된 보상이나 이주자택지를 보장받지 못했던 이들이기에 그 안타까움은 배가되고 있다.

그런 이들이 이번엔 충북경제자유구역청(경자청)과 청주시의 지키지 못할 약속과 약속 번복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두 기관에서 2년 전쯤 충분한 법률 검토 없이 사업지구 외 지역에 이주자택지를 조성해 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올해 하반기 들어 돌연 관련법상 불가능하다며 양해를 구하고 있다.

이 사업은 경자청에서 주도적으로 추진하지만, 시는 전체 사업비(1117억원)의 50%를 부담하기로 한 상태다.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한 1차 책임은 경자청에 있다. 하지만 청주시도 시민들의 안녕을 제일 먼저 고려해야 하는 지방정부로서 끊임없는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입동리 주민들도 청주시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두 기관을 취재하면서 느낀 점은 2년간의 무관심과 그에 따른 책임감이라는 무게 때문이었을까 경자청과 청주시 모두 책임을 상대방에게 떠미는 듯한 모습이었다.

경자청은 지난 2016년 이승훈 전 청주시장이 주민들과의 면담에서 먼저 2지구 외 원통리(136-1)에 위치한 청주시 소유의 보전녹지로의 이전을 약속했기 때문에 최근 논란이 불거졌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반면 시는 사업주체가 경자청이라며 시에 책임을 묻는 것 자체를 불편하게 생각한다. 취재가 시작되자마자 시 공무원이 던진 첫 마디는 아직도 귓가를 떠나지 않고 맴돈다. “그건 경자청 사업이기 때문에 시에선 잘 알지 못한다. 경자청에 물어봐라.”

이주대상 32가구 중 15가구는 아직도 당초 약속대로 2지구 외에 상대적으로 항공기 소음 피해가 적은 청주공항과 공군 제17전투비행단 남쪽의 원통리에 위치한 시 소유의 보전녹지로의 이전을 강력하게 희망하고 있다.

경자청과 시는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애달픈 사연의 지역 주민들에게 더 이상 좌절감을 주지 말아야 한다. 그렇다고 관련 법을 어겨가면서까지 약속을 지킬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면 이제라도 진심으로 주민들과의 대화에 나서야 한다.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고, 현재 상황에서 최선의 방법을 제시하는 것만이 추운 겨울 날씨처럼 꽁꽁 얼어붙은 주민들의 가슴을 조금이나마 녹여줄 수 있을 것이다. 책임 떠넘기기와 무관심은 그만 떨쳐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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