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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서 여행을 부쩍 떠나고 싶은 생각이 많이도 든다. 젊었을 때는 여행을 하며 무심코 지나치던 바깥 풍경들이 60이 넘으면서는 더 자세하게 보게 되고, 아름다운 멜로디를 떠 올리고, 주변을 감상하며 여행을 한다.
교직에 있을 때 수많은 해외여행을 했으나 별로 마음속 깊이 담아 든 추억의 여행은 없는 것 같다. 여행의 갈망이 생기던 언젠가부터는 태양이 내리쬐고 정열과 프라멩고 춤이 있는 스페인과 포루투칼로 떠나고픈 생각으로 밤잠을 설칠 때가 많았다.
여행에 대한 열망에 몸부림치던 어느 날 넷플릭스에서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라는 드라마가 눈에 띄어 급한 마음에 드라마 1편만 보았다. 스페인의 그라나다를 배경으로 한 작품인데, 드라마 마지막 부분에서 클래식 기타의 최고 명곡이라는 타레가의‘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 배경음악으로 흘러나와 나의 가슴을 더욱 설레게 하였다.
그렇지 않아도 요즈음 클래식 기타에 흠뻑 빠져 타레가의‘라그리마’도 연습하고, 어렵다는 트레몰로 연습을 하며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을 연습하던 중이었는데. 당장 스페인 여행은 못 떠나더라도, 이 곡을 만든 ‘타레가’에 대해서도 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스페인의 클래식 기타리스트이자 작곡가였던 ‘프란시스코 타레가’는 후기 낭만 음악 시대에 클래식 악기로서의 기타가 가야 할 길과 역할을 제시해준 위대한 음악가로 평가받는 음악가이다.
클래식 기타계에서 그 위상이 월등히 높아 현대 기타의 아버지란 별명 등으로도 불리며 대표적인 스페인 낭만주의 음악가로 꼽힌다. ‘타레가’는 기타의 현대적인 주법을 완성한 기타리스트로서 매우 중요한 인물이다.
그의 비르투오소(연주실력이 가장 뛰어난 연주자) 적인 테크닉 때문에 ‘기타의 사라사테’라고 불리기도 할 정도였다. 그가 아니었으면 기타라는 악기는 여러 가지 한계로 인하여 지금과 같은 위치를 차지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는 1880년대부터 약 20여 년간, 서유럽의 예술 음악들, 즉 바흐나 베토벤, 쇼팽 등이 작곡한 음악들을 기타로 편곡하였다. 그 과정에서 현대적인 주법들이 사용되었고, 새로운 음향 역시 만들어질 수 있었다. 그 덕분에 기타라는 악기의 레퍼토리는 매우 확장되었다.
게다가 그는 단순히 기타라는 악기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것 뿐 아니라, 자신의 고국인 스페인의 민속 음악적 요소들을 기타 작품으로 만드는 데도 관심이 많았다. 그리고 그중 가장 빛나는 산물이 바로 이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이다.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의 ‘그라나다’에 위치한 ‘알함브라 궁전’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한 이 작품은 기타의 매우 어려운 테크닉 중 하나인 ‘트레몰로’ 테크닉을 처음부터 끝까지 구사해야 하는 쉽지 않은 곡이다.
영화 ‘금지된 장난’과 현빈, 박신혜가 출연한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등을 통하여 더욱 친숙해진 이 곡은 당장이라도 스페인으로 떠나서 궁전과 성곽을 거닐고 싶게 만드는 매력적인 기타 작품이다.
음악과 여행은 인생의 긴 여정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반자라 생각한다. 걷고 들을 수 있을 때 드라마와 기타가 있는 ‘그라나다’로 떠나 보고 싶다.